[연평도 사격훈련] "서해 5도·NLL은 핵심 주권" … 中·러 반대에도 행동으로 보였다

● 훈련 예정대로

'물러설 곳 없다' 국민 공감대 … 훈련 포기 땐 北 오판 빌미
대북억지력 대내외 천명

우리 군이 예고한 대로 20일 연평도 사격 훈련을 실시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정부 관계자는 말했다. 북한은 물론 중국 러시아가 반대하는데도 불구하고 훈련을 한 것은 정상적인 계획에 따른 것이라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대한 주권을 지키고 서해 5도를 사수하겠다는 강한 의지도 담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북한에 대해 지난달 연평도 공격과 같은 일이 재발될 땐 철저하게 응징하겠다는 뜻을 대내외에 보여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정상적 훈련"일단 정부는 정상적인 훈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북한이 반발할 명분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모든 부대는 훈련을 하도록 돼 있고,훈련을 안 하면 전투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만큼 계획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당한 주권행위에 대한 북한의 반발과 중국 러시아의 반대에 개의치 않겠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사격훈련은 1974년 이후 정기적으로 실시했고 지난해에는 10차례 정도,올해 들어서는 8월에 두 차례와 9월에 한 차례 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격방향은 서남쪽,포탄은 서해 NLL에서 10㎞ 이상 남쪽으로 떨어지도록 한 만큼 이번 훈련이 북한을 자극하기 위해서라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외교안보 라인의 고위 관계자도 "우리 영해에서 우리가 훈련하는데 누가 뭐라고 할 수 있느냐"며 "앞으로도 정상적인 훈련은 계획대로 실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NLL에 대한 '주권 사수'

북한이 연평도를 둘러싸고 지금까지 수차례 도발을 한 것은 기존의 NLL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이번 훈련에서 포탄이 떨어진 지점은 NLL 남쪽이지만,북한은 자기들의 영해라고 주장해왔다.

이 해역에서 사격 훈련을 함으로써 NLL에 대한 주권이 대한민국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고 정부는 자평했다. 청와대 참모는 "현 시점에서 '자위권 차원의 통상적 훈련'을 취소하면 스스로 주권국가로서의 핵심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훈련으로 자칫 연평도를 비롯한 서해 5도를 분쟁지역화하기 위한 북한의 전술에 말려드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렇지만 이 지역을 사수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게 더 시급하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정태 경북대 교수는 "사격훈련은 NLL을 지킬 것이냐 아니냐의 문제로 봐야 한다"며 "이 훈련을 하지 않게 되면 우리가 6 · 25 종전 이후 서해 5도 일대에서 지켜온 주권의 논리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여기서 밀리면 끝"'여기서 밀리면 끝'이라는 인식도 작용했다. 외교당국자는 "정부로서는 이번 사격훈련이 한반도의 긴장수위를 높이고 군사적 대치를 가속화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면서도 강력한 대북 억지력 확보 차원에서 '피할 수 없는 선택'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정상적 계획에 따른 훈련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북한에 대해 '우리도 하면 한다'는 억지력을 보여줄 필요성이 더 컸던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북한의 연평도 공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여론의 비판을 받은 마당에 예정됐던 훈련마저 하지 않을 경우 군의 대국민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무력도발과 협박에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점도 감안했다"고 말했다. 훈련 포기는 북한이 제2,제3의 연평도 포격 사태를 되풀이할 수 있는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상황 인식이 작동했다는 얘기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