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주가로 본 라이벌 열전 ⑥유통]롯데쇼핑, 신세계에 '통큰 KO승'

롯데쇼핑이 올해 유통업계 헤비급 '주가 라이벌전'에서 신세계를 'KO패'시키며 업계 1위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롯데쇼핑과 신세계는 그간 증시에서 업종내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쟁탈전을 벌여왔다. 올해엔 롯데쇼핑 주가가 연초대비 31%(12월21일 종가기준) 이상 뛰어올라 신세계 상승률(약 8%)을 압도했다.신세계에 완승을 거둔 롯데쇼핑의 '한 방'은 적극적인 해외 인수ㆍ합병(M&A) 투자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롯데쇼핑은 활발한 현지 기업 M&A로 해외시장을 선점해 나가고 있는 반면 신세계는 중국 마트 사업이 부진에 빠지며 아픔을 겪어야 했다.

◆롯데쇼핑 업계 시총 1위 굳혀…신세계는 3위로↓

22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올해 개장일인 지난 1월4일 대비 주가가 31.72%(12월21일 종가기준) 뛰었다. 주가 상승에 힘입어 시가총액도 3조 이상 불어났다. 21일 현재 롯데쇼핑 시총은 13조4470억원이다. 롯데쇼핑은 단기급등에 따라 몇번 조정을 맞긴 했지만 올 한해 비교적 순조로운 상승세를 보였다.반면 신세계 주가는 같은 기간 동안 8.00% 상승하는데 그쳤다. 올해 코스피200지수 수익률 20.50%에 한참 못 미친 것. 신세계 주가는 지난 8월 말 이후 추석효과 등 3분기 실적 기대감에 상승했으나 이후 호재성 이슈가 고갈되면서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롯데쇼핑과 신세계는 그동안 업계 시총 1위를 두고 뺏고 뺏기는 쟁탈전을 반복했으나 올해만큼은 롯데쇼핑의 주가수익률이 신세계를 압도하면서 시총 1위의 자리도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됐다. 반면 신세계는 '젊은 삼성'(삼성물산)에게도 밀려 업계 시총 3위로 떨어진 상황이다. 신세계의 시총은 현재 10조9390억원으로 롯데쇼핑에 2조5080억원 뒤지고 있다.

◆해외로 눈 돌리자 성장성 보이네

전문가들은 롯데쇼핑이 신세계와의 격차를 벌인 것은 '해외 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이라고 분석했다. 롯데쇼핑은 활발한 현지 기업 인수합병(M&A)으로 해외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국내 유통시장은 이미 성숙기"라며 "유통주들이 한단계 높은 성장을 하기위해서는 해외 사업 진출이 필수"라고 입을 모았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중국 할인점 점포수는 2009년 11개점에서 올해 82개점으로 약 8배로 늘었다. 롯데쇼핑은 또 지난 7월 중국 홈쇼핑 업체 '럭키파이'를 인수한데 이어 인도네시아의 시장점유율 2위 업체인 마타하리 마트 인수전에 참여 중이다.

여영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할인점 시장은 정부의 지역진흥계획, 호구제도 완화에 따른 도시인구 증가, 자동차 보유율 상승 등으로 고성장이 기대되는 곳"이라며 "롯데쇼핑 중국 할인점 사업부의 총매출은 작년 2761억원에서 올해 1조4617억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반면 신세계는 해외 사업 투자 규모가 작은데다 현지 기업을 활용하기 보다 이마트 브랜드를 내세우는 직접투자 중심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신세계는 2004년부터 이마트를 내세워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유통업체들이 늘어 경쟁은 치열해지는데 비해 신세계는 해외법인에 충분히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다. 신세계의 중국내 대형마트 점포수는 올해 4곳을 신설하는데 그쳐 총 27개가 될 전망이다.

김기영 SK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의 올해 연간 해외 사업 투자금액은 3300억원으로 추정되는데 비해 신세계는 500억원 정도"라며 "신세계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이익률을 키우기 힘든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내년에도 톱픽은 '롯데쇼핑'…신세계는 삼성생명 지분 매각이 '호재'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올해 롯데쇼핑의 공격적인 해외사업 확장세를 고려해 내년에도 신세계보다 롯데쇼핑에 투자할 것을 권했다. 롯데쇼핑을 업종 최선호주로 꼽은 증권사는 현대증권, 하나대투증권, 대신증권, SK증권, 신영증권, 하이투자증권 등이다.
송선재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의 롯데쇼핑 할인점 점포수는 내년에 16개 증가한 총 122개로 늘어날 것"이라며 "해외 할인점의 매출액이 2조원을 돌파하면서 국내 할인점 매출액의 35%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상구 현대증권 연구원도 "롯데쇼핑은 기존 국가별로 구매하던 방식을 공동 구매 형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구매 협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또 "국내외 기업 인수·합병(M&A)으로 단기적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될 수 있지만 투자사이클 상 불가피하며 일부 부동산 매각을 통해 조금씩 재무구조가 개선될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신세계를 업종내 최선호주로 추천한 전문가들은 내년 삼성생명 지분 매각 이슈를 호재로 꼽았다. 박종렬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세계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 지분 11.1%에 대한 보호예수가 내년 5월말에 해제된다"며 "지분 매각으로 투자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