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채권단, 현대그룹 경영권 중재?…'짜고 친 고스톱' 인정(?)

현대건설 인수ㆍ합병(M&A)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현대그룹의 인수 우선협상자 자격은 박탈됐고, 예비협상자인 현대차그룹의 인수 자격에 대한 논의가 개시될 예정이다.

여기에 채권단이 현대그룹 경영권 안정화를 위해 양 그룹간 중재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히자 시장에선 "채권단이 결국 이번 인수전을 현대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범(汎)현대가의 '짜고 친 고스톱'이란 사실을 스스로 인정할 꼴"이라며 또 다른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 채권단은 지난 20일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 8.3%를 국민연금 등에 분산 매각해 현대그룹의 경영권 안정을 보장할 수 있는 내용의 중재안을 내놨다.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한 뒤 현대상선의 주요 주주인 현대중공업과 협력해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뺏았을 수 있는 상황을 적극 막겠다는 중재안이다.

이러한 채권단의 발언에 대해 M&A 관계자 등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가 확정된 것도 아니고 인수 후 현대그룹의 경영권 찬탈에 나설지 어떨지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채권단이 오히려 현대건설 인수전을 흙탕물 싸움으로 변질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애초부터 채권단이 현대그룹의 경영권 분쟁을 우려했다면 현대건설 매각공고를 내기 전에 현대건설이 보유 중인 현대상선의 지분을 팔았으면 됐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인수전에 빌미로 제공해 채권단이 사실상 현대건설 매각가격을 높이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문제 제기다. 이제와서 채권단이 현대상선의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공개 선언한데에는 현대그룹과의 소송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은 모두 이러한 중재안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전문가들도 "채권단의 결정은 실효성도 없을 뿐더라 단순히 지분을 매각하는 입장에서 인수대상기업의 보유지분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대그룹은 MOU 해지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그룹은 대출계약서 및 그 부속서류 제출할 의무가 없는데 채권단은 자금소명이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양해각서 해지했다"며 "이는 법과 양해각서 및 입찰규정을 위반한 것으로써 무효"라고 크게 반발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날 현대그룹이 제기한 MOU 해지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심리를 개최했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