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파동에 긴장한 인도 정치권

[0730]인도가 양파값 폭등으로 몸살을 겪고 있다.가격이 최근 들어 7배 넘게 치솟으면서 서민들이 항의가 빗발치는 등 사회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1998년 인도 일부 지방에서는 양파 등 채소가격 폭등으로 집권여당이 선거에 참패한 사례가 있어 정치권도 바짝 긴장한 상태다.

23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인도의 양파 가격은 최근 4~5일새 kg당 35루피에서 80루피로 두배 이상 올랐다.지난 6월의 11루피와 비교하면 7배 이상 뛴 셈이다.일부에선 양파가격이 향후 kg당 100루피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양파값 폭등은 주산지인 인도 나산 지역의 양파 출하량이 크게 줄어든 탓이라는 게 현지 언론들의 분석이다.여기에 가격 상승을 예상한 유통 상인들의 사재기까지 겹쳐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인도는 최근 양파 생육기에 제때 비가 내리지 않는 등 이상 몬순기후 피해로 양파를 비롯한 채소의 생산량이 크게 감소했다.

값이 싸 서민들이 많이 애용하는 양파 가격이 폭등하자 국민들의 불만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FT는 “서민들은 수확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음에도 수출을 통제하지 않는 등 수급조절에 실패한 정부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고 전했다.인도 정부는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자 양파 수출을 내년 1월까지 금지시켰다.또 수입관세를 내려 파키스탄 등 주변 국가에 이미 수출했던 양파를 되사들이는 등 응급 조치에 나섰다.

하지만 고공 행진중인 양파값은 꺾이지 않고 있다.길거리 노점상이나 도매상들은 여전히 kg당 80루피 안팎의 프리미엄 가격을 요구하고 있다.

아쇼크 굴라티 국제식량정책연구센터 아시아 담당국장은 “정부는 두달 전에 대책을 내놨어야 한다” 며 “불난 집에 물을 뿌려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서 이제야 우물을 파는 격”이라고 꼬집었다.양파 가격은 인도 정치권에도 민감한 이슈다.표심이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양파 등 주요 야채 가격이 600%까지 뛴 1998년 델리와 라자흐스탄 지역에서는 집권당 정치인들이 줄줄이 낙선하는 등 정치권에서도 양파 파동을 겪은 적이 있다.

인도 이코노믹타임스는 “양파가격 급등 사태는 향후 인플레이션을 촉발하는 전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며 “자칫 인도의 고성장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마모한 싱 인도 총리는 23일 농업부와 소비자부 장관에 “양파 값 안정을 위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고 FT는 전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