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윈-윈하는 PEF] 먹튀 본능…머니게임 우려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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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F의 그림자국내에서 사모투자펀드(PEF)는 '먹튀(먹고 튄다)'라는 말이 먼저 연상될 정도로 부정적 이미지가 강했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을 인수한 론스타 칼라일 등 외국계 PEF들의 '먹튀' 논란이 거셌기 때문이다. 외국계 PEF들은 투자 기업의 장기적 가치 제고보다는 고배당,유상감자 등으로 투자금을 회수하고 단기 차익 실현에 치중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2004년 국내에도 PEF가 도입된 이후 토종자본을 주축으로 한 PEF가 등장하면서 부정적 인식이 서서히 개선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업의 파트너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기업가치를 높이는 장기 투자가 아니라 단기 차익을 올리는 데 급급한 PEF도 적지 않다.
3년 전 창업투자회사 네오플럭스는 조선기자재 업체 케이에스피를 인수한 뒤 8개월 만에 되팔았다. 비슷한 시기에 한국기술투자도 구조조정조합을 통해 봉제업체 소예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6개월도 되지 않아 매각했다. 이후 케이에스피와 소예는 잦은 경영권 교체 와중에 기업가치가 크게 훼손됐다는 평가다. 소예는 결국 상장폐지됐다.
또 경영권을 인수해 기업가치를 되살리는 바이아웃 투자가 아니라 일정 수익을 보장받는 사실상 대출 성격의 풋백옵션 투자만 고집하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PEF가 코스닥시장의 머니게임에 악용될 소지도 있다. 튜브PEF는 전기차 생산업체 CT&T의 우회상장 직전 합병 대상인 CMS에 투자하고,관계사인 튜브인베스트먼트도 CT&T에 투자해 내부자거래 혐의가 제기됐다.
한 PEF업계 관계자는 "PEF는 운용이 자유롭고 돈을 댄 큰손들이 공개되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다"며 "과거 M&A부티크(중개업체)들이 주도했던 시장에 PEF가 뛰어들어 머니게임을 주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