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카타르·볼리비아·미얀마…10년 뒤 뉴 프런티어 국가로 뜬다

2020 새로운 미래가 온다|LG경제연구원 지음|한스미디어|496쪽|1만7000원

글로벌 경제 '컨티넨털 시프트'…2015년 신흥국 고소득층 2배 급증
방대한 네트워크로 묶인 세계…'超연결 기업'으로 진화해야
휠체어 없이는 이동할 수 없는 하지 마비 환자는 물론 근력이나 관절이 약화돼 걷기 힘든 사람들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집 앞에도 나가기 힘들었던 사람이 꽤 먼 길을 걸어다닐 수 있고,휠체어와 달리 계단도 가볍게 걸어오를 수 있다. 인체 바깥에 기구나 장치를 부착해 신체를 지탱하고 운동능력을 강화시키는 외골격(外骨格) 덕분이다.

외골격은 원래 생물학 용어로서 사람의 뼈와 같이 몸속에서 신체를 지탱하는 것이 아니라 곤충의 껍질처럼 몸 바깥에서 지탱하는 것을 뜻한다. 국내에선 현재 장애인이나 노인들의 운동능력을 보조하는 보행 보조기구 형태로 개발되고 있지만 외국에선 다양한 목적의 외골격 연구가 활발하다. 미국의 록히드마틴은 무게 90㎏의 짐을 진 병사가 시속 16㎞로 움직일 수 있는 군용 외골격을 개발해 시연했다. 일본 쓰쿠바대학은 외골격 형태의 작업 보조장비인 HAL(Hybrid Assistive Limb)을 개발했는데,HAL을 입은 사람은 거의 아무 힘도 들이지 않고 100파운드(약 45.5㎏)의 물체를 들어 올릴 수 있다고 한다. 《2020 새로운 미래가 온다》는 이런 일이 10년 안에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예상한다. 몇 가지 기술적 과제들이 남아 있긴 하지만 이미 나름의 해결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고,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외골격뿐만 아니다. 장기가 아프면 고치는 것이 아니라 바꾸기만 하면 되게 하는 이종장기 이식,미생물을 초소형 로봇처럼 이용해 원하는 결과를 마음대로 가져오는 맞춤형 미생물,뇌의 반응상태를 쉽게 읽을 수 있는 브레인 스캐너도 실용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LG경제연구원이 2005년에 낸 《2010 대한민국 트렌드》에 이어 새로운 10년을 예측한 이 책에는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지형도와 미래의 국가정책 및 기업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이슈들,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새로운 패러다임과 그 속에서 한국 기업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 등이 담겨 있다.

글로벌 경제의 지형도와 관련해서는 세계경제의 저성장 기조 속에서 경제력의 중심이 태평양 동쪽에서 서쪽으로 옮겨가는 컨티넨털 시프트(continental shift)가 가속될 것이라고 한다. 책에 따르면 2015년에는 신흥국의 소득 2만달러 이상 인구가 8억5000만명으로 늘어나 선진국(8억명)을 추월한다. 특히 신흥국에서 연소득 4만달러 이상의 고소득층 인구가 9000만명에서 2억1000만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하면서 프리미엄 시장의 중요성이 확대된다. 이 같은 변화의 주축은 당연히 중국이다. 또 중국의 뒤를 이을 고성장 국가로는 인도와 아세안(ASEAN)이 꼽힌다. 인도와 아세안은 향후 매년 5~8%의 고성장을 기록해 소득 1만달러 이상 인구가 2015년께 1억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개방과 자유화를 강조하던 세계화의 노멀(normal · 기준)도 달라질 전망이다. 향후 세계화의 새로운 규범,즉 뉴 노멀(new normal)은 국제 공조,금융 규제 및 글로벌 금융안전망,보호주의 등 여러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으로 연구원은 예측했다.

또 내수시장 잠재력이 크고 성장속도가 빠른 베트남과 카타르 오만 등 걸프지역 국가들,자원을 비롯한 자국의 비교우위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볼리비아 카자흐스탄 아랍에미리트,사회적 자본을 잘 발전시킨 모리셔스 트리니다드토바고 튀니지 에스토니아,정치적 · 경제적 접근성이 뛰어난 스리랑카 미얀마 슬로베니아 등이 성장 잠재력이 큰 프런티어 국가로 부상할 것으로 꼽았다. 아울러 이들 국가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신흥시장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 개발,현지 내수시장 확대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책은 조언한다.

글로벌 인구구조 변화도 주목해야 한다. 고령화와 여성의 경제적 지위 변화,베이비부머의 자식 세대이자 오늘의 젊은이인 Y세대의 부상,인구 1000만명을 넘는 메가시티의 급증 등에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아울러 방대한 네트워크를 통해 사람 간,사람과 기기 · 서비스 간 상시적 연결이 가능하고 연결의 파급효과가 전 세계로 즉각 확산되는 거대하고 복잡하게 뒤얽힌 시스템,즉 초연결(hyper-connection)의 시대에 살고 있으므로 기업 또한 초연결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