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희의 곁에 두고 싶은 책] 행복은 소유보다 경험에서 … 삶이 버거우면 '인생 가방' 다시 싸라

새로운 시작을 위한 선택 | 리처드 라이더 외 지음 | 시유시
삶은 실로 오묘한 것이다. 잔뜩 기대했던 일은 비껴가기 일쑤인 반면 '설마 내 차례까지' 하던 일이 다가오는 수도 있다. 책도 그렇다. 그럴듯한 제목과 유명인의 서평에 솔깃해 골랐다가 실망하는 게 있는가 하면 우연히 펴들었다 횡재한 기분을 느끼게 되는 것도 만난다.

《새로운 시작을 위한 선택》은 후자에 속한다. 메시지는 간단하다. 우리 모두 언젠간 맞닥뜨릴 '인생의 오후'에 당황하지 않으려면 기존의 인생 가방을 풀어 정리한 다음 다시 싸야 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심리학자 칼 융의 말로 갈음된다. '인생의 아침 프로그램에 따라 오후를 살 순 없다. 아침엔 위대했던 것들이 오후엔 보잘것없어지고,아침에 진리였던 게 오후엔 거짓이 될 수도 있다. '1946~1964년생을 위해 썼다지만 실제 내용은 세대에 상관없이 삶의 무게에 눌려 허덕이거나 길을 잃었다 싶은 사람 모두를 겨냥한다. '직장과 가정,사적인 모임 등 모든 곳의 요구에 일일이 부응하고자 악전고투하며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것'이란 설명도 나온다.

저자에 따르면 가방을 푼다는 것은 자신의 현재에 대한 철저한 점검을 뜻한다. 인생이란 긴 여정의 어디쯤에 있고,어디로 가고 싶고,어떻게 갈 건 지 알자면 먼저 소유한 것,맺고 있는 관계,지고 있는 각종 책임이 앞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건지,아니면 그저 발목만 붙들고 있는 건 아닌지 꼼꼼히 따져보라는 것이다.

그런 다음 지금까지 져온 짐들이 과연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지,더 이상 필요하지도 않은 짐 때문에 버거워하는 건 아닌지 자문해보라고 말한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엉켜 있는 실타래를 풀고 자유로워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진짜 원하는 삶과 상관없는 일에 힘을 쏟아붓느라 고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방을 다시 싼다는 건 삶에 대한 재평가를 통해 인생을 새로 시작하는 일을 의미한다. 더 이상 헤매지 않고 자기 삶의 주인으로서 살아가고 싶다면 삶의 우선순위 내지 훌륭한 삶에 대한 정의를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자면 먼저 재고조사를 통해 없으면 살 수 없는 것,없이 지내고 싶지 않은 것,확실하지 않은 것,없애고 싶은 것을 구분해야 한다고 권한다.

덧붙여 행복은 소유가 아니라 경험에서 얻어지며,내가 누구이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판가름난다며 새로운 시작을 위한 몇 가지 지침을 전한다. '마음과 영혼의 행복에 필요한 시간을 위해 보수 받는 일을 줄일 것,스스로에게 '좋아'라고 말하기 위해 남에게 '안 돼'라고 말하는 법을 배울 것,인간관계를 더 넓히기보다 기존의 관계를 돈독히 할 것,밖에 있는 최상의 것을 구하려 하기보다 가진 것 안에서 만족을 찾을 것,긴 안목으로 보고 인내를 배울 것.'

또 회사 일이 힘들다고 그만두기보다는 자기가 꼭 안 해도 되는 일 한두 가지를 사양하고 가끔 별난 옷도 입어보는 등 일상의 틀을 깨보고 무엇보다 자신에게 관대해지라고 조언한다. 가끔 길을 잃는 것도 괜찮다는 저자의 또 다른 한마디는 막막할 때마다 힘을 불어넣는다. '삶이 우리를 짓누른다고 느끼는 바로 그때,우리는 예기치 않은 성장과 생명의 여정을 밟고 있다. '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