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숨고르기'…펀드 환매 만만찮네

투신, 이번주에만 1조 팔자
외국인·개인은 동반 매수
증시가 투신(자산운용사)의 대규모 매도로 소폭 조정을 받고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23일 코스피지수는 0.03%(0.58포인트) 내린 2037.53으로 마감했다. 미국 경제지표 개선 소식에 힘입어 5포인트가량 올라 장을 시작했지만 투신이 대규모 팔자에 나서면서 장중 2030선을 내주기도 했다. 그러나 장 막판 외국인이 매물을 받아내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외국인은 이날 1404억원을 순매수했고 개인도 사흘째 '사자'에 나서며 523억원어치 사들였다. 그러나 기관은 투신(3190억원)의 매물이 쏟아지면서 2876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이번 주 들어서만 투신은 9500억원 이상 순매도했다. 이달 들어 2조원 넘는 자금이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순유출됐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14거래일 만에 순유입됐던 국내 주식형펀드는 22일 다시 순유출로 돌아섰다. 이날 투신의 매도는 삼성전자(281억원) 우리금융(209억원) 삼성SDI(179억원) 제일모직(164억원) 등 정보기술(IT) 화학 금융을 비롯한 최근 주도주에 집중됐다.

김주형 동양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수 상승에 따라 환매가 계속되면 투신은 포트폴리오 비중을 조금씩 줄여야 하기 때문에 시총 상위 종목 위주로 내다판 것으로 보인다"며 "차익 실현 물량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투신의 매도가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강도는 점차 약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문수현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내년 1분기 이후에는 펀드로 자금이 순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펀드 환매가 줄면 매도 강도는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초 7조원을 넘겼던 거래대금은 이날 5조2285억원에 그쳤다. 김 팀장은 "연말 외국인의 휴가시즌이 다가온 데다 국내투자자들도 사상 최고점에 근접하자 관망세를 보이면서 거래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