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누구를 위한 수수료 '효율화'인가

한국예탁결제원이 내년부터 금융투자회사들을 상대로 장외파생상품에 대한 수수료를 대폭 인상하겠다고 밝히면서 업계의 반발이 심하다. 특히 그동안 '수수료 인하'를 내세웠던 예탁결제원이었기에 이번 인상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장외파생상품은 주가연계증권(ELS), 파생결합증권(DLS), 주식워런트증권(ELW) 등이다. 현행 90원인 발행 건당 수수료를 5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게 한국예탁결제원의 방침이다. 인상률이 무려 5만5455%에 달한다.예탁결제원은 올해 초 수수료 체계를 개편했다. 이어 5월에는 인하조치를 시행하면서 누가봐도 수수료 인하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수수료 인하 대상은 주요 수익원에만 그쳤다. 주요 업무가 아닌 분야에서는 '수수료 효율화'라는 명목으로 인상을 단행해왔다.

물론 예탁결제원의 입장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주요 증권사들의 수수료는 건당 90원이지만, 일부 증권사들의 수수료는 10만원이다. 예탁결제원은 업계의 반발도 감안했지만, 동시에 의견도 수렴했다는 설명이다.

그렇지만 기자가 취재하는 동안 10만원을 내는 증권사들 담당자 대부분은 이 점을 아예 모르고 있었다. 어느 증권사가 어떻게 반발했는지 한 번 쯤은 짚어볼 일이다. 또 예탁결제원이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를 가졌다지만 참석률은 저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예탁결제원이 협의하자고 제안한 시간은 장외파생상품이 한참 거래되는 장중에 이루어졌기 때문이다.무엇보다 이번 수수료 인상을 두고 업계가 지적하는 문제는 '소통'의 부재다. 예탁결제원의 갑작스런 통보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공감대 형성이다.예탁결제원은 단순한 '인상'이 아닌 '효율화'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효율화'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예탁원이 강조하는 '효율화'가 누구를 위한 것이가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있다. 장외파생상품은 개인 투자자라면 한 두개쯤은 들고 있는 상품이다. 개인들은 수수료가 인상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업계도 예탁결제원의 인상 방침을 반기지 않는다.

더군다나 문제 제기가 확산되면서 예탁결제원은 수수료 인상이 '확정된 사항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예탁원으로부터 받은 공문을 제시하며 '말 바꾸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예탁결제원은 최근 출입기자들과 가진 워크숍에서 2011년 중점추진과제로 '전략적 재무관리방안 구축'을 꼽았다. 중앙예탁결제기관으로서의 기능수행을 위해 '안정적인 수익창출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후선 인프라 운영효율성을 제고를 통해 자본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핵심은 수수료 효율화다. 예탁결제원은 이미 추가적인 수수료 합리화 방안과 내부유보금을 활용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수수료 체계에 대한 근거 등을 조사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이미 의뢰했다. 내년 1~3월 연구 용역을 거쳐 수수료에 대한 체계를 정리할 예정이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