癌 치료 끝냈다고 안심하긴 일러…'2차암' 발생위험 2~4배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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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암 조기 발견과 치료
2차암, 조직 다른 암 다른 부위에 발병
금연·금주·건강한 식습관 유지하고
추적검사 외에도 정기적인 검진을
암을 이겨낸 줄 알았는데 재발과 전이,제2의 새로운 암으로 고통을 겪는 사람이 적지 않다. 암의 재발과 전이에는 환자나 주치의가 많은 신경을 쓰지만 최초에 생긴 암과 무관하게 새롭게 발생하는 2차 원발암(second primary cancer)은 놓치기 쉽다. 암 치료 후 생존자는 2차 원발암의 발생위험이 일반인의 암 발생위험에 비해 2.3배 높다는 게 국립암센터의 연구결과다. 그러나 많은 암 환자들이 2차암 조기 발견을 간과하고 있어 적극적인 검진과 생활습관 관리가 필요하다.
최초에 생긴 암이 인접 부위에서 다시 자라나는 것을 재발암,다른 부위로 옮겨서 자라는 암을 전이암이라고 한다. 2차암은 한번 겪은 암이 완치된 후 조직해부학적 형태가 다른 암이 예전과 다른 자리에 생긴 것을 말한다. 예컨대 유방암 환자가 치료 후 대장에 전혀 다른 성질의 암이 새로 생긴 것이다. 일반적으로 재발이나 전이와 개념을 혼동하는 사람이 많고 2차암 관련 통계도 미비한 실정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전체 암 발생의 약 10%가 2차 원발암.암 환자 10명 중 1명이 두 번째 암을 겪는 셈이어서 주의해야 한다. 국립암센터의 박상민 · 윤영호 · 허봉렬 연구팀이 암으로 진단된 남성 1만4181명을 대상으로 7년간 추적조사한 2007년 연구결과에 따르면 남성 암환자에게서 2차암이 발생할 위험은 일반인이 암에 걸릴 위험에 비해 폐암은 2.1배,대장암은 4.0배,간 · 담도 · 췌장암은 1.9배,비뇨 · 생식기암은 2.6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암 진단 당시 고령이거나,암으로 진단받기 오래 전부터 흡연 · 비만 · 당뇨병 같은 위험인자를 갖고 있으면 2차암 발생 위험이 높았다.
이 센터의 윤영호 암관리연구과장은 "60세 이후 암이 진단된 사람은 50세 미만에 암이 진단된 사람에 비해 2차암 발생위험도가 1.8배 높았고,하루 한 갑 이상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흡연 관련 2차암이 생길 위험이 2배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암 치료 후 생존자가 잘못된 생활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2차암이 생길 위험이 커진다"고 덧붙였다.
암 환자는 당연히 금연 · 금주하고 운동과 식단조절로 암 발생요인을 개선할 것으로 알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2차암이 일반인에 비해 더 많이 생긴다는 얘기다. 암 진단 전에 비만했던 암 환자(체질량지수 25 이상)는 그렇지 않은 암환자에 비해 2차암으로 대장암과 비뇨생식기암이 생길 위험은 각각 3.5배,3.6배 수준이다. 또 암 진단 전에 공복혈당이 126㎎/㎗ 이상인 당뇨병을 가진 암 환자는 정상 혈당 암환자에 비해 2차암으로 간 · 담도 · 췌장암이 생길 위험이 3.3배,폐암 등 흡연 관련 암이 생길 위험이 1.9배 수준이다. 당뇨병은 높은 혈당이 인슐린유사성장인자(IGF)의 분비를 유도하는데 IGF는 암의 성장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암 환자의 2차암에 대한 인식은 저조해 암 조기발견을 위한 일반검진이 미진하다. 조주희 삼성암센터 교수와 신동욱 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 교수가 2001~2007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분석해 암 환자의 유방암,자궁암,위암,대장암 검진율을 조사한 결과 각각 46.4%, 54.8%, 31.5%, 28.5% 수준이었다. 이는 일반인의 30.0%,44.4%,28.4%,24.4%보다 다소 높은 수준이다. 특히 암 환자의 위암 및 대장암 검진율은 성인병 환자(각각 32.7%,22.9%) 및 일반인과 비슷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조주희 교수는 "국내 암 치료 후 생존자 중 상당수는 '2차 원발암'의 개념과 새로운 암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암 생존자 대부분이 치료를 받았던 병원에서 재발 여부에 대한 추적검사를 받으면 자신에게 필요한 모든 검사를 다 받고 있는 것으로 착각한다"고 설명했다. 환자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선 주치의가 2차암 검진을 적극적으로 권유할 필요가 있다. 윤영호 과장은 "암 생존자는 추적검사 외에도 정기적인 암 검진을 받아야만 2차 원발암을 예방할 수 있다"며 "건강보험공단에서 실시하는 5대암 국가암검진과 직장정기검진을 챙겨야 함은 물론이고 대장암 위암 유방암 당뇨병에 대한 보다 정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대장암과 관련,국가암검진 권고안은 50세 이상 남녀가 매년 분변잠혈검사를 해보고 이상이 있으면 대장내시경이나 대장조영검사(이상이 없으면 50세 이후 5~10년 간격)를 해보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암 생존자는 40세 이후에 5년 간격 또는 3년 간격으로 대장내시경을 하는 게 수명연장이나 의료비용절감에 더 효율적인 것으로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2차 원발암을 예방하려면 정기적인 검진은 물론 암 생존자 평소 생활습관도 중요하다. 금연과 금주는 필수다. 비만도가 심할수록,혈당이 높을수록 2차암 발생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하루 30분 이상 규칙적인 운동을 생활화해야 한다. 지방 섭취를 줄이고 채소와 과일 위주의 건강한 식사습관을 길러 체중이 더 늘지 않도록 신경써야 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