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 챔피언 올랐던 세실 '퇴출' 위기

친환경 방제기술로 한때 각광
경영진 횡령·분식회계로
감사보고서 '의견거절' 받아
한국거래소가 선정한 '히든 챔피언(강소기업)' 세실이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성장 유망기업에서 한순간 퇴출 기업으로 전락,증시에 충격을 안겼던 태양광업체 네오세미테크 사례의 재판이란 점에서 투자자의 피해가 우려된다.

친환경 방제업체 세실은 지난 사업연도(9월 결산 · 작년 10월~올 9월) 감사 결과 한미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거절' 판정을 받았다고 24일 공시했다. 의견거절 사유는 △재무자료를 제공받지 못해 감사를 할 수 없는 감사범위 제한 △계속기업으로서 존속능력 불확실성 등 두 가지다. 거래소는 세실의 매매거래를 정지시켰다. 세실은 내달 5일(7거래일)까지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상장폐지가 확정된다. 이의신청을 하더라도 계속기업 불확실성 해소 확인서를 내달 10일까지 제출하지 않으면 역시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된다. 네오세미테크가 지난 4월 개선기간을 부여받았다 결국 퇴출됐듯이 감사 의견거절은 구제 사례가 거의 없다.

세실은 천적을 이용한 생물학적 방제기술을 보유해 '녹색성장' 테마주로 주목받았다. 지난해에는 거래소가 처음 선정한 히든 챔피언에 뽑히기도 했다. 대우 대신 등 주요 증권사들은 올초까지 세실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한 리포트를 발간했고,가치투자를 내세우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도 지난 6월 말까지 세실 지분 10.2%를 보유했었다.

세실이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것은 경영진의 횡령과 분식회계 탓이다. 검찰은 세실의 이원규 회장과 김헌기 대표가 천적 농약에 지급되는 정부 보조금 92억원을 횡령하고 허위 재무제표를 작성한 혐의로 지난 21일 구속했다. 세실은 지난 3분기(4~6월)까지 누적 영업이익 43억원을 냈지만 허위 매출채권을 손실로 반영하자 연간 10억원의 영업손실로 급변했다. 검찰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실 경영진의 부정이 2008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2007년 11월 상장한 뒤 시가총액이 2000억원대로 늘어 한때 코스닥 시총 순위 50위권까지 치고 올라가던 때였다.

거래소 관계자는 "히든 챔피언은 국내외 시장점유율을 주로 보는데,올해 심사에선 시장점유율이 낮아져 탈락했다"며 "사업 전망이 좋아 경쟁이 치열해지자 경영진이 작심하고 회삿돈 빼돌리기에 나선 것 같다"고 전했다. 내년부터 농림수산식품부의 천적 농약 지원사업 중단에 따라 매출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 점도 회계부정을 저지른 이유로 꼽힌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