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학교 지을 돈 1453억 받아 실제론 416억만 배정

학교신설 예산으로 무상급식
"무상급식 늘리려고 예산 허위로 부풀려 신청"
교과부 "전용방지 대책 마련"

서울시와 시의회,시교육청이 무상급식 확대를 놓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교육과학기술부가 학교신설비를 무상급식 재원으로 전용한 일부 교육청의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교과부는 24일 "내년도 일부 시 · 도 교육청의 학교 신설 예산이 당초 계획에 비해 대폭 축소됐다"며 "무상급식 확대를 추진하기 위해 교부받은 예산을 전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교과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제8조 1항에 따라 내년 2월 교부금을 확정 교부할 때 축소 편성한 예산만큼 감액해 교부하는 등 엄정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있는 서울과 경기 교육청의 전용예산은 각각 1000억원을 웃돌았다.

◆"학교신설비 무상급식비로 전용"교과부는 지난 9월 각 시 · 도 교육청을 통해 내년도 학교 신설 수요를 파악한 뒤 총 9734억원의 재원을 책정해 지난 10월 시 · 도에 예정 교부했다.

그러나 최근 각 시 · 도 교육청이 편성한 내년 예산 내역을 점검 · 분석한 결과 서울 경기 인천 등 일부 교육청에서 교부받은 학교 신설비를 예산에 편성하지 않거나 대폭 감액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교과부는 감액된 학교신설비가 무상급식 관련 예산에 전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교과부는 그동안 전면 무상급식에 반대하면서 소득 수준에 따라 저소득층 자녀 등 필요한 학생부터 점진적으로 무상급식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성삼제 교과부 교육복지국장은 "무상급식을 추진하려고 처음부터 학교 신설 수요를 부풀려 허위로 예산을 신청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교부받은 예산을 갖고 교육감이 판단해 계획을 추진하는 것인데 교과부가 이런 식으로 주장하는 것은 교육 자치에 어긋난다"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신설 학교는 은평이나 마곡 등 대단지 아파트 신축 지역에 지어지는 게 대부분인데 아파트 건설 계획 자체가 6개월에서 1년씩 늦춰지는 경우가 잦다"며 "예산 반영이 지연되는 것이지 다른 데 쓰이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은 "(감액 편성된)1420억원은 무상급식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외상으로 구입한 학교용지비를 값는 데 우선 편성했다"고 말했다.

◆서울,학교신설 예산 1037억원 축소

서울시교육청은 내년에 7개 학교를 신설하겠다며 용지비(427억원)와 건축비(1026억원)로 총 1453억원의 예산을 배정받았다. 하지만 설립 예정인 7개 학교 가운데 마곡도시개발지구의 2개교(공진초 · 공진중)에 대한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두 학교 신축에 배정된 예산은 403억원이다. 27개교 신설 예산으로 3627억원을 확보한 경기도교육청은 실제론 2206억원만 예산에 반영,축소된 학교신설 예산이 1420억여원에 달했다. 중동도시개발구역의 중일중 용지비 107억원이 전액 반영되지 않았다. 김포한강지구의 마산중 신설비 174억원은 6억원만 반영됐다. 나머지 학교에 대한 예산도 축소했다.

13개 학교를 짓겠다던 인천시교육청은 4개교에 대한 예산을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하지 않았다. 해당 학교는 인천경제자유구역 청라지구와 송도 1 · 3공구에 들어설 예정이다. 용지비와 건축비를 합친 내년 예산은 559억원이다.

이런 식으로 축소되거나 반영되지 않은 학교신설비가 총 4463억원에 달한다. 경남을 제외한 15개 시 · 도의 내년도 무상급식 예산 증가액은 경기 1276억원,서울 1266억원,충북 235억원,전북 231억원,광주 220억원,인천 179억원,부산 143억원 등 총 4076억원이다. 내년도 무상급식 확대 예산과 학교신설비 축소 예산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무상급식 예산 증가액의 상당 부분이 학교신설비에서 충당된 것으로 교과부는 추정한다. ◆학교신설비 전용 방지대책 마련

교과부는 개교 2년 전 학교신설비를 전액 교부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2012년부터 계속비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공사진행 기간에 맞춰 2~3년에 걸쳐 교부금을 나눠준다는 것이다. 또 저소득층 학비지원,유아교육,노후 · 위험시설 개선 및 교육환경 선진화 등 필수 교육경비 지원 기준을 마련해 예산 전용을 차단하기로 했다.

이건호/김일규 기자 leekh@hankyung.com◆ 교부금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을 지원해 주는 것으로 교부세라고도 한다. 지방교부금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대표적이다. 지방교부금은 재정수입이 재정수요에 못 미치는 지자체에 지원해 주는 것이고,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학교 건립 등 초 · 중등 교육을 위해 지자체에 지급하는 교부금이다. 관세정보를 제공한 사람에게 주는 관세교부금과 같이 행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교부금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