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수의 중고차 라운지] 중고차 시장이 신차 출시를 반기는 이유

2009년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렸던 중고차 시장은 우려와 달리 올해에도 전반적으로 꾸준한 거래를 이어가며 예년 수준의 규모를 유지한 것으로 평가된다. 2010년 한 해를 달군 중고차 시장 이슈들을 정리해봤다.

지난해 노후차 세제 지원 제도가 중고차 시장을 이끌었다면,올해는 대표 차종들의 신모델 출시가 시장을 키우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신차 출시가 중고차 물량의 수급과 거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작년 하반기 쏘나타를 시작으로 스포티지R,아반떼,K5 등 수요가 두터운 차급에서 신차가 쏟아져 나온 게 중고차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게 업계의 중평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신모델이 출시되면 중고차 시장에서 구형 모델의 가치가 급락하던 현상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쏘나타,아반떼 등의 구형 모델은 신모델 출시에도 변함없는 인기와 가격을 유지했는데 이는 소비자들의 신뢰가 뒷받침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고차 수출의 증가도 올해의 이슈로 꼽힌다. 특히 올해엔 처음으로 연간 중고차 수출량이 20만대를 돌파해 전체 중고차 거래의 10% 이상을 차지할 전망이다. 국가별로는 요르단,리비아 등 중동 국가에 대한 수출이 전체 수출량의 50%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된 칠레 외에 아세안 국가들도 한국 중고차를 많이 사간다. 최근에는 베트남에서도 국산 중고차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이다.

중고차 가치에 대한 인식 전환도 올해 주목할 만한 이슈다. 과거에는 신차 시장에서의 인기가 중고차 가격으로 곧바로 반영됐다. 요즘은 반대다. 중고차 시장에서의 가치가 신차 선택을 좌우하는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해외 중고차 가치 평가에서 국산차가 높은 점수를 받으면서 잔존가치의 중요성이 부각된 것이다. 국내 신차 업계가 중고차 가치를 보장하는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는 것이 그 증거다. 다만 표준화된 평가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은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새해를 맞는 중고차 시장은 잠시 숨을 고른 뒤 '설' 명절을 전후로 다시 활기를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연초 출시 예정인 그랜저 후속 모델이 내년 중고차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는 부분이다. 신묘년 새해에도 활기찬 거래가 이어지는 중고차 시장이 되길 기대해본다.

글로비스 자동차경매장 부장 rjs3762@glovi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