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인수권 '코스닥 자금줄' 부상

엠넷미디어·심텍·큐리어스 등
증자 어렵자 권리행사 유도
신주인수권이 코스닥 기업들의 새로운 자금줄로 떠오르고 있다. 대규모 유상증자가 쉽지 않자 과거 발행했던 신주인수권의 행사를 유도해 연말 자금 확보에 나서는 것이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테라리소스는 이달 중순 대규모 신주인수권이 행사돼 28일 신주 965만주를 상장할 예정이다. 주당 행사가격은 910원으로 회사 측은 신주를 발행하는 대신 87억원을 조달하게 된다. 엠넷미디어는 100억원,심텍은 86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이 각각 행사됐다. 큐리어스는 신주인수권 행사로 47억원을 조달할 예정이며,시노펙스 메디포스트 기륭전자 등도 20억원 이상의 신주인수권이 행사됐다.

신주인수권은 주식연계 채권인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할 때 함께 발행돼 유통되는 권리로,BW 발행 후 일정시점이 지나면 정해진 가격에 신주를 인수할 수 있다.

신주인수권 행사는 통상 주가에 부담요인으로만 인식돼 왔지만 기업의 자금조달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업 입장에선 3자 배정 유상증자처럼 특정 투자자에게 신주를 넘기고 자금을 끌어오는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전환사채(CB) 발행 때 주어지는 전환청구권이 행사될 경우 기업 부채가 줄어드는 효과를 내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연말을 앞두고 자금 조달이 시급한 기업에선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이 주가보다 높은 데도 권리가 행사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유진데이타는 지난달 26일 1046만주에 해당하는 신주인수권이 행사되면서 125억원을 조달하는데 성공했다. 신주 행사가격이 1194원으로 당시 주가(1120원)보다 높았다.

코스닥 구조조정 전문가는 "금융감독원의 증자신고서 수리 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코스닥 기업들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신주인수권 행사를 유도해 자금 숨통을 트고 있다"며 "3자배정 유상증자와 달리 신주인수권을 행사한 투자자는 공개되지 않아 공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