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 한국 국회는 왜 3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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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의 론 폴 공화당 하원의원은 '돈키호테''괴짜''Dr.No'로 통했다. 공화당과 하원이 추진하는 법안이나 의결에 혼자 반대하거나 동떨어진 주장을 내놓아 붙은 별명이었다.
폴 의원의 과거 의정활동을 들여다보면 위험수위를 넘나들었다. 그는 테레사 수녀에게 의회가 황금메달을 주기로 한 하원의 결정을 비헌법적이라며 유일하게 반대했다. 미국이 유엔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탈퇴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알 카에다의 9 · 11 테러공격에는 미국의 글로벌 군사 개입에 대한 이슬람 세계의 반응이었다며 반(反)애국적 발언을 했다. 왕따 당할 법한 폴 의원은 지난 11월 중간선거에서 재당선됐다. 하원 다수당을 차지한 공화당은 그에게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통화정책을 감시할 통화정책소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맡겼다. 폴이 의회 권력의 주변부에서 떠돌다 중심부로 진입한 저력은 소신 정치다. 옳다고 믿는 소신을 담은 법안들을 제출해 승부를 걸었다.
'FRB를 끝장내자'는 책을 낸 그는 지난해 금융감독 개혁법안에 의회가 FRB 통화정책를 감사할 수 있는 법안을 냈다. 정원 435명의 하원에서 300명이 넘는 공동 발의자를 모았다. 법안 대부분이 10명 안팎 지지를 받은 과거와는 달랐다. 금융감독법에 그의 안이 최종 반영되진 않았으나 공화당은 폴의 소신과 개혁의지를 높이 산 것이다.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이 부러운 점은 폴 의원과 같은 소신파들이 제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진보적인 민주당 내 대표적 소신파로는 '블루 독(Blue Dog)'이 꼽힌다. 이들은 재정지출 분야에서만큼은 보수적이어서 공화당의 우군이다. 소신파들은 당에서 완충지대와 중간지대를 형성해 중도파로 불린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법안 처리를 놓고 교착상태에 빠질 때면 이들은 최대 변수로 작용한다. 균형추인 중도파들이 대화와 절충,타협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한다. 며칠 전 상원이 러시아와 핵무기를 감축하는 새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을 비준할 때였다. 민주당은 공화당의 완강한 반대에 직면해 애를 태웠다. 결국 공화당의 중도파 9명을 찬성으로 돌려세워 비준에 성공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의료보험과 금융감독개혁 법안을 드라마틱하게 처리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원군도 다르지 않았다. 공화당 내 중도파들을 설득해 얻어낸 찬성표였다.
정당 내 중간지대가 두터울수록 의회 민주주의가 꽃을 피우기 쉽다. 구애의 대상인 중도파의 소신과 표는 정치적 용기가 뒷받침한다. 이들은 당당하게 표를 던질 수 있는 다수결의 기본원칙이 엄정히 지켜질 때 위력을 발휘한다. 미국 의회정치가 일류라고 절대평가할 수는 없지만 폭력이 발붙이지 못하는 이유다.
안타깝게도 해마다 폭력 난장판을 되풀이해 온 한국의 국회는 중도 불모지대였다. 중도를 시도하는 세력이 당리와 당략에 철저히 매몰된 탓이거나,중도를 향한 용기가 부족해 국회가 3류를 맴돌았다고 본다. 내년 여야 간 활극이 다시 동반될 가능성이 가장 큰 의안은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이다. 제1 야당인 민주당은 자동차 분야를 양보하고 안보 이익을 얻어 균형을 맞춘 게 퍼주기 굴욕 추가협상이었다며 비준을 반대한다. 한 · 미 FTA를 체결한 전 정부의 집권당 민주당에서 중도파 발견이 진흙 속 진주 찾기와 같다면 새해에도 국회에 희망을 걸기는 어렵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
폴 의원의 과거 의정활동을 들여다보면 위험수위를 넘나들었다. 그는 테레사 수녀에게 의회가 황금메달을 주기로 한 하원의 결정을 비헌법적이라며 유일하게 반대했다. 미국이 유엔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탈퇴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알 카에다의 9 · 11 테러공격에는 미국의 글로벌 군사 개입에 대한 이슬람 세계의 반응이었다며 반(反)애국적 발언을 했다. 왕따 당할 법한 폴 의원은 지난 11월 중간선거에서 재당선됐다. 하원 다수당을 차지한 공화당은 그에게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통화정책을 감시할 통화정책소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맡겼다. 폴이 의회 권력의 주변부에서 떠돌다 중심부로 진입한 저력은 소신 정치다. 옳다고 믿는 소신을 담은 법안들을 제출해 승부를 걸었다.
'FRB를 끝장내자'는 책을 낸 그는 지난해 금융감독 개혁법안에 의회가 FRB 통화정책를 감사할 수 있는 법안을 냈다. 정원 435명의 하원에서 300명이 넘는 공동 발의자를 모았다. 법안 대부분이 10명 안팎 지지를 받은 과거와는 달랐다. 금융감독법에 그의 안이 최종 반영되진 않았으나 공화당은 폴의 소신과 개혁의지를 높이 산 것이다.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이 부러운 점은 폴 의원과 같은 소신파들이 제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진보적인 민주당 내 대표적 소신파로는 '블루 독(Blue Dog)'이 꼽힌다. 이들은 재정지출 분야에서만큼은 보수적이어서 공화당의 우군이다. 소신파들은 당에서 완충지대와 중간지대를 형성해 중도파로 불린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법안 처리를 놓고 교착상태에 빠질 때면 이들은 최대 변수로 작용한다. 균형추인 중도파들이 대화와 절충,타협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한다. 며칠 전 상원이 러시아와 핵무기를 감축하는 새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을 비준할 때였다. 민주당은 공화당의 완강한 반대에 직면해 애를 태웠다. 결국 공화당의 중도파 9명을 찬성으로 돌려세워 비준에 성공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의료보험과 금융감독개혁 법안을 드라마틱하게 처리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원군도 다르지 않았다. 공화당 내 중도파들을 설득해 얻어낸 찬성표였다.
정당 내 중간지대가 두터울수록 의회 민주주의가 꽃을 피우기 쉽다. 구애의 대상인 중도파의 소신과 표는 정치적 용기가 뒷받침한다. 이들은 당당하게 표를 던질 수 있는 다수결의 기본원칙이 엄정히 지켜질 때 위력을 발휘한다. 미국 의회정치가 일류라고 절대평가할 수는 없지만 폭력이 발붙이지 못하는 이유다.
안타깝게도 해마다 폭력 난장판을 되풀이해 온 한국의 국회는 중도 불모지대였다. 중도를 시도하는 세력이 당리와 당략에 철저히 매몰된 탓이거나,중도를 향한 용기가 부족해 국회가 3류를 맴돌았다고 본다. 내년 여야 간 활극이 다시 동반될 가능성이 가장 큰 의안은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이다. 제1 야당인 민주당은 자동차 분야를 양보하고 안보 이익을 얻어 균형을 맞춘 게 퍼주기 굴욕 추가협상이었다며 비준을 반대한다. 한 · 미 FTA를 체결한 전 정부의 집권당 민주당에서 중도파 발견이 진흙 속 진주 찾기와 같다면 새해에도 국회에 희망을 걸기는 어렵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