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서울 도시마케팅 일관성 유지를

브랜드 힘이 국가 경쟁력 견인 … 지속투자 안될 땐 성과 물거품
세계가 하나의 지구촌으로 변모함에 따라 국경이 유명무실한 무한 경쟁시대가 도래했다. 국가 간 경쟁에서 도시 간 경쟁으로,국가가 도시를 견인하던 시대에서 도시가 국가를 견인하는 시대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 따라 선진도시 간의 기본 인프라,문화유산,편의시설 등의 차이가 점점 미미해지고 있으며 각 도시들은 자신만의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뉴욕은 세계 중심적인 세련된 도시,파리는 문화와 패션의 도시,런던은 전통과 현대의 조화 도시 등 차별화된 이미지가 그것이다. 선진도시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홍콩 시드니 도하 아부다비 등 아시아,중동의 신흥도시들도 이미지를 통한 브랜드 구축을 위해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인다. 이 도시들의 특징은 과거의 선진도시보다 막대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예산을 투입해,비교적 단시간 내에 도시 브랜드를 구축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곳이 싱가포르다. 싱가포르는 1990년대 이후 해외 마케팅을 통한 도시 이미지 구축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2009년에도 1300여억원을 도시 마케팅 예산으로 투입했으며,2004년부터 2009년까지 지속적으로 복합 문화도시를 표방하는 'Uniquely Singapore'라는 브랜드 구축을 위한 다양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진행해 왔다. 올해부터는'Your Singapore'라는 슬로건으로 개인 선호에 따른 여행이 가능하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서울의 브랜드는 곧 국가 브랜드를 대표하고 있으며,서울 브랜드의 향상은 국가 브랜드를 견인하는 역할을 한다. 2008년 서울시는 도시 이미지의 중요성을 인식해 해외 마케팅 예산을 전년 대비 약 8배 늘어난 360여억원을 투입해 CNN,BBC월드 등 해외 주요매체를 통해 서울의 인지도와 호의도 제고를 시도했다. 또한 김연아 등을 활용한 방송협력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후원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추진했다. 그 결과 2008년부터 2년 연속 중국,일본,태국에서 실시한 조사에서 서울이 '가장 방문하고 싶은 도시 1위'로 선정됐으며,중국 사회과학원의 도시 경쟁력 순위가 2008년 12위에서 2010년 9위로 상승하는 등 도시 이미지와 경쟁력 제고의 성과를 거뒀다.

이 같은 지표만으로 서울시의 해외 마케팅이 전적으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으나 성과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다만 서울시 해외 도시 마케팅에 다소 걱정되는 문제점도 눈에 띈다. 우선 서울시의 해외 마케팅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일부 관련 시의회나 단체들이 서울시의 해외 마케팅을 투자의 개념이 아닌 비용의 관점에서 보고 있으며 이를 예산낭비라고 해 감축하려 하고 있다. 이제 서서히 성과를 내기 시작한 서울시 해외 마케팅 활동이 비용이라는 논리에 의해 지속되지 못하고 예산이 감소되거나 사업이 축소된다면 향후 서울시의 도시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는 결과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더불어 서울시의 해외 마케팅 활동의 일관성과 지속성도 중요한 이슈이다. 도시 해외 마케팅 성패는 일관성과 지속성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장이 새로 선출되거나 시장의 정치적 입장 등에 따라 서울시의 기본적인 브랜드 마케팅 방향이 자주 바뀌거나 중단돼서는 안 될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마케팅 투자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 등의 경우를 참고해 이제는 기업뿐만 아니라 도시도 세계를 선도하는 일류도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투자와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김충현 <서강대 광고마케팅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