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업소→부동산→M&A…조폭, 이젠 코스닥 분탕질

벤처 인수 후 주가조작ㆍ횡령
개인 투자자들에 6백억대 손실
검찰, CTC 횡령사범 16명 적발
건실한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한 후 돈을 빼돌려 회사를 망하게 하고 선량한 주식투자자들에게 수백억원의 피해를 안긴 조직폭력배가 검찰에 적발됐다. 조폭의 '검은 자금'은 1세대 유흥업소,2세대 부동산에 이어 이젠 기업인수시장까지 침투되는 양상이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김희준 부장검사)는 전 코스닥 상장사 CTC 횡령사건을 수사해 금융범죄 혐의로 16명을 적발하고 이 중 전 사주인 폭력조직 두목 이모씨(46)와 기업사냥꾼 김모씨(44) 등 2명을 구속기소했다고 27일 발표했다. 검찰은 또 '2대 사주'로 통하는 노모씨(46) 등 8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달아난 '3대 사주' 윤모씨(43) 등 5명을 지명수배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와 김씨는 2007년 최모씨(63 · 약식기소) 등 사채업자들에게서 돈을 빌려 공기청정기 제조회사 CTC를 인수한 후 2008년 3월까지 회삿돈 77억원을,이들로부터 2008년 회사를 인수한 노씨는 69억원을,다음 해에 인수한 윤씨는 160억원을 차례로 횡령했다. 이들은 김씨가 2008년 2월 CTC 246억원 유상증자 때 24억원을 납입했다가 다시 인출하는 등 가장납입도 돌려가며 해 총 135억원 상당의 CTC 주식을 무자본으로 인수했다.

이들 사주들은 사채업자 등으로부터 소개받아 일면식을 트고 서로 회사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폭력조직 '김제읍내파' 두목이고 노씨와 윤씨는 '콜박스파' 조직원들을 부회장 등으로 임명,조폭이 직접 회사를 인수하거나 공생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콜박스파 조직원들은 주가조작꾼에게 110억원을 맡겨 시세조종을 의뢰했으나 주가가 오르지 않자 감금하고 협박했으며 반대매매로 인해 주가가 하락하자 반대매매자를 골프용 우산 등으로 폭행해 회사 주식 15억원어치를 매수토록 강요하는 등 조폭의 습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2002년 코스닥 상장 이후 매년 100억원 이상 매출을 기록하던 CTC는 김씨 등이 인수한 2007년부터 매출 급감과 자본잠식으로 지난 3월 상장폐지됐고,일반 개미투자자들이 최대 600억원대 손실을 떠안게 됐다.

김희준 부장검사는 "1세대 조폭들이 유흥업소를 갈취하고 이후 2세대는 부동산 활황으로 아파트 시행사업 등에 뛰어든 데 비해 3세대는 부동산 불황 속에서 무자본 인수 · 합병(M&A),주가조작 등 금융범죄에 진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부장검사는 "처음에는 사채업이나 기업사냥꾼의 '어깨' 역할을 하다가 기업 인수 등이 의외로 손쉽다는 것을 알고 직접 뛰어드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