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中 국부펀드는 뛰는데 … 답답한 KIC 현주소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가 1억달러 이상 규모의 한국 투자 전용펀드를 만든다고 한다. CIC가 단일 국가를 대상으로 한 펀드를 만드는 것은 미국 일본에 이어 세 번째다. 그만큼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보다 늦게 출발한 CIC의 공격적인 해외투자를 KIC의 왜소한 규모,더딘 발걸음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한마디로 KIC가 지금 같은 자산규모와 운용능력으로 다른 국부펀드들과 경쟁할 수 있을지 답답한 생각부터 든다.

KIC가 5년 전 위탁자산 200억달러로 출범한 후 현재는 자산이 330억달러로 늘었지만 다른 국부펀드에 비하면 여전히 밑바닥 수준이다. 게다가 메릴린치에 투자한 20억달러의 자산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40% 수준으로 쪼그라들어 신뢰도가 떨어지고 투자확대에 대한 외부 견제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금융위기로 각국의 자산가격이 뚝 떨어지자 전 세계 국부펀드들은 이를 오히려 기회 삼아 금융회사는 물론 부동산 원자재 등 돈 될 만한 것은 가리지 않고 쓸어 담고 있다. KIC는 이들과 경쟁할 엄두조차 못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KIC 위탁 자산은 한은의 외환보유액과 정부의 외국환평형기금에서 나오는데,외환보유액은 안전을 생명으로 하는 만큼 KIC로선 에너지나 자원분야 등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KIC에 대한 위탁 자산을 늘리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한국은행이 30억달러를 추가로 위탁하기로 결정했지만 그 정도로 다른 국부펀들과 경쟁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자금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각종 기금등의 KIC 위탁이나 채권발행 등을 통해 재원 조달을 다양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얘기다. 자산규모가 1000억달러를 훌쩍 넘는 다른 국부펀드와 대등한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자산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KIC 스스로 자산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전문성을 보강하고 투자대상 확대에 따른 리스크관리 능력을 강화하는 것도 시급하다. 운용 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이지 않는 한 소중한 국부를 KIC에 위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을 수 없다는 점을 KIC는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