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 증축 안된다" … 분당·평촌신도시 리모델링 '빨간불'

국토부 확정 … 업계ㆍ주민 반발
리모델링 추진 86곳 5만여채
"조합원 부담 늘고 사업 지연"

"한솔마을은 리모델링 사업이 많이 진행돼 중단이나 늦어지진 않겠지만 조합원 손실은 불가피합니다. "(안인규 분당신도시 한솔마을5단지 리모델링조합위원장 직무대리)

국토해양부가 리모델링 수직 증축에 대해 불허를 결정하자 리모델링 추진 단지에 비상이 걸렸다. 수직 증축으로 늘어난 아파트를 일반분양해 조합원 부담을 줄이려던 사업 계획이 사실상 무산됐기 때문이다. 시공사 선정을 마친 일부 단지를 제외하면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 상당수 아파트가 사업 초기 단계여서 리모델링 사업에 적신호가 켜졌다. ◆주민,업계 반발…사업 추진 힘들어질 듯

27일 범수도권공동주택리모델링연합회에 따르면 서울과 수도권에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아파트는 86개 단지 5만4641채에 이른다.

리모델링 추진 단지는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에 집중돼 있다. 1기 신도시가 입주한 시기가 1990년대 초반으로 아파트가 낡아가고 있지만 중층으로 재건축은 사실상 어려워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가 많다. 분당에서는 1156채 규모의 정자동 한솔마을(주공5단지)이 리모델링 조합을 설립하는 등 사업 추진 속도가 가장 빠르다. 한솔마을 주공5단지 주민은 "분당에선 재건축도 못하는데 재건축과 거의 비슷한 돈을 들여 예상보다 더 작은 집에서 살게 됐다"고 불평했다. 전학수 범수도권공동주택리모델링연합회장은 "재건축과의 형평성은 고사하고 리모델링 사업이 더 불리해졌다"며 "모든 아파트를 재건축이 아니면 사업 추진이 어렵게 만든 정부의 이번 결정은 자원 낭비를 부추기는 등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분당지역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수직 증축에 대한 기대로 아파트 값이 올랐는데 정부의 이번 결정은 매매 가격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아직 시공사 선정이나 조합을 설립하지 않는 단지들은 사업성 악화로 리모델링을 포기하거나 사업을 연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다른 대안 찾아볼 것"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이 수직 증축 허용을 기대한 이유는 리모델링 방식에 따라 조합원 추가 분담금에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기존 아파트 위에 몇 개 층을 더 올리는 수직 증축을 허용하면 늘어난 아파트 수만큼 일반분양할 수 있어 조합원 부담도 줄어든다.

국토부가 리모델링 수직 증축 허용 불허 입장을 내놨지만 관련 업계와 주민들은 여전히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민주당 소속 조정식 의원(경기 시흥을)의 리모델링 수직 증축 관련 주택법 개정안이 아직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다른 대체 입법 수단을 찾아 나섰다. 대형 건설사 리모델링 부서 관계자는 "수직 증축으로 한 층만 올려도 일반분양은 전체 가구수의 7%가량 나오는데 이 정도면 건물 유지관리나 도시계획 등의 차원에서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리모델링 법안을 계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범수도권공공주택리모델링연합회와 한국리모델링협회 등 리모델링 업계는 정부가 제시한 최종 용역보고서를 받아 수직 증축 불허가 타당한지를 검증,발표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지엽 아주대 건축학부 교수는 이와 관련,"분당 등 1기 신도시처럼 안전성이 의심되는 지역이 있다"며 "수직 증축은 불허하되 재건축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단지 상가 등을 주상복합으로 돌리고 이를 일반분양해 조합원들의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재후/이승우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