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랩 어카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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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를 돌이켜볼 때 증시만큼 괄목할 성과를 낸 분야도 없을 게다. 코스피지수가 3년여 만에 2000포인트를 회복한 것이 다 말해 준다. 코스피지수는 북한 리스크에도 아랑곳없이 상승세를 타 폐장일을 이틀 앞둔 28일엔 2033.32까지 올랐다. 역대 최고치(2007년 10월31일 2064.85) 탈환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로 953포인트까지 떨어졌던 것이 까마득한 일처럼 느껴진다.
올해 증시에서 주목할 특징으로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서비스인 랩 어카운트(wrap account)의 부상을 들수 있다. 특히 증권사가 투자자문사의 주식투자종목 추천을 받아 자금을 운용하는 자문형 랩의 인기가 대단했다. 수익률도 회사별로 다소 차이나지만, 50%를 넘는 상품이 수두룩하다. 삼성증권의 경우 자문형 랩은 평균 수익률이 55.3%(설정액 100억원 이상 · 12월20일 기준)로 원금 비보장형 장외파생상품(37.8%), 금값(26.7%),코스피지수(20.8%),주식형펀드(18.2%),회사채(7.5%) 등을 월등히 앞선다. 부동산은 투자원금 손실을 간신히 면한 정도라는 평가이고 보면 올 최고의 재테크 수단이었다고 할 만하다. 전체 판매잔액이 지난 10월 말까지 33조5635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13조5900억원 이상 급증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랩 어카운트라는 이름은 주식 채권 등 여러 금융상품을 마치 주방에서 랩(wrap)으로 물건을 싸듯 하나의 계좌(account)를 통해 종합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만들어졌다. 1975년 미국 후튼(Hutton)증권이 처음 개발했으나 빛을 보지 못하다가 1987년 10월 '블랙 먼데이'를 계기로 증권사들이 사업의 중심을 주식 매매중개에서 자산관리로 전환하면서 활발해졌다고 한다. 국내에도 자문형 랩은 2001년, 일임형 랩은 2003년에 이미 도입됐지만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은 2005년부터다. 특히 올해 급부상한 것은 펀드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자금을 빼 대거 이 상품으로 갈아탔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자문형 랩의 경우 계속 인기를 끌 것이란 예상이 많다. 무엇보다 올해 투자성과가 좋았던 만큼 낙관론이 우세한 내년에도 크게 활약할 것이란 기대가 높다. 그렇지만 금융당국조차 과열을 우려하고 있고, 투자종목이 극소수에 편중돼있다는 점 등은 경계해야 한다. 증시 격언대로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이니까.
문희수 논설위원 mhs@hanlyung.com
올해 증시에서 주목할 특징으로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서비스인 랩 어카운트(wrap account)의 부상을 들수 있다. 특히 증권사가 투자자문사의 주식투자종목 추천을 받아 자금을 운용하는 자문형 랩의 인기가 대단했다. 수익률도 회사별로 다소 차이나지만, 50%를 넘는 상품이 수두룩하다. 삼성증권의 경우 자문형 랩은 평균 수익률이 55.3%(설정액 100억원 이상 · 12월20일 기준)로 원금 비보장형 장외파생상품(37.8%), 금값(26.7%),코스피지수(20.8%),주식형펀드(18.2%),회사채(7.5%) 등을 월등히 앞선다. 부동산은 투자원금 손실을 간신히 면한 정도라는 평가이고 보면 올 최고의 재테크 수단이었다고 할 만하다. 전체 판매잔액이 지난 10월 말까지 33조5635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13조5900억원 이상 급증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랩 어카운트라는 이름은 주식 채권 등 여러 금융상품을 마치 주방에서 랩(wrap)으로 물건을 싸듯 하나의 계좌(account)를 통해 종합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만들어졌다. 1975년 미국 후튼(Hutton)증권이 처음 개발했으나 빛을 보지 못하다가 1987년 10월 '블랙 먼데이'를 계기로 증권사들이 사업의 중심을 주식 매매중개에서 자산관리로 전환하면서 활발해졌다고 한다. 국내에도 자문형 랩은 2001년, 일임형 랩은 2003년에 이미 도입됐지만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은 2005년부터다. 특히 올해 급부상한 것은 펀드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자금을 빼 대거 이 상품으로 갈아탔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자문형 랩의 경우 계속 인기를 끌 것이란 예상이 많다. 무엇보다 올해 투자성과가 좋았던 만큼 낙관론이 우세한 내년에도 크게 활약할 것이란 기대가 높다. 그렇지만 금융당국조차 과열을 우려하고 있고, 투자종목이 극소수에 편중돼있다는 점 등은 경계해야 한다. 증시 격언대로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이니까.
문희수 논설위원 mhs@hanl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