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보다 더 뛴 銀 … 올해 74% 상승

산업수요 늘고 투기세력 가세 … 銀시장 45억달러 신규 유입
금값은 26% 구리는 28% 올라
금 은 구리(銅) 등 3대 금속 원자재 가운데 어느 쪽에 투자했을 경우 올해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렸을까. 은이다. 국제 은값은 올 들어서만 74% 올랐다. 금값 상승률(26%)은 물론 구리 가격 상승률(28%)을 훌쩍 뛰어넘었다. '은값이 금값'이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28일 뉴욕상품거래소에 따르면 은 국제 선물 12월물 가격은 지난해 말 온스당 16.82달러에서 지난 주말(23일 기준) 29.31달러로 74%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상승폭 가운데 51%가 지난 4개월간 집중되는 등 최근 들어 강한 상승세를 연출한 결과다. 은은 공급량이 충분한 데다 산업용 수요 회복도 더디다는 이유로 올해 가격 상승폭이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이 같은 예상을 깬 것은 금에 가려졌던 은의 가치가 새삼스럽게 부각됐기 때문이다.

은은 귀금속인 동시에 산업용 소재로 널리 쓰이는 '현물자산'이다. 전체 수요 가운데 산업용 비중이 절반에 이른다. 달러 가치 하락이나 통화유동성 확대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발생시 보유가치가 금 못지않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특히 투기자금의 유입이 두드러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스테픈 브링스 BNP파리바 수석 금속애널리스트는 "대체 투자처로서 은의 가치가 부각되면서 투기세력들의 자금이 금에서 은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올해 은 시장으로 유입된 자금은 45억달러가량이다. 은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톰 켄달 크레디트스위스 금속애널리스트는 "내년에도 신규 자금만 유입된다면 은 가격은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일부에선 공급과잉 우려도 나온다. 금속소재 투자 컨설팅회사인 GFMS에 따르면 올해 은 생산량은 가격 급등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3.3% 늘어난 7억3320만온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올해 은 공급이 수요를 약 6440만온스 초과할 것으로 바클레이즈캐피털은 분석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