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대전망-업종별 기상도] 기계 '맑음'…조선ㆍ철강ㆍ건설은 '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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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안정적 수익확보 어려울 듯기계는 맑음,조선 · 건설은 흐림.'
조선, 저가수주 부담 가능성 커
5대 기계산업, 견조한 성장세 유지
유화, 증설 마무리…조정국면 탈피 예고
건설, 민간ㆍ공공부문 동반침체 전망
산업연구원(KIET)과 대한상공회의소 등이 내놓은 올해 주력업종 기상도는 이렇게 요약된다. 철강은 수요산업인 기계,자동차 등의 안정적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건설,조선 분야의 침체로 성장 폭이 둔화될 전망이다. 중국의 수출 억제 정책,엔고 현상 등은 호재로 작용하지만 원료 값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점이 악재다. 조선은 최근 선박 건조량이 수주량을 웃돌면서 수주잔량이 계속 감소하고 있는 점이 부담이다. 선가의 회복 속도도 더딘 편이다. 기계와 섬유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상승세가 올해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석유화학은 폴리에틸렌 등 주요 제품의 내수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성장세가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 수입시장인 중국의 수요 확대 여부가 관건이다. 건설은 올해에도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철강>…철강, 안정적 수익확보 어려울 듯
올해 철강재 생산과 수출 규모는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철강업체들이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하긴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내년 국내 철강업계의 철강재 생산 규모는 전년 대비 5.8% 늘어난 6912만t으로 예상됐다. 철강재 수요는 전년 대비 3.8% 증가한 5391만5000t을 기록할 것으로 조사됐다. 건설경기 부진과 수요산업 성장세 둔화의 영향으로 소폭 증가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다. 수출은 글로벌 경제의 성장세 둔화에도 불구하고 인도 등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신흥국의 고성장 추세에 힙입어 전년 대비 4.4% 증가한 2579만5000t으로 추정됐다. 생산,내수,수출 규모는 조금씩 늘어나지만 올해 철강업계의 전망은 밝지만은 않다. 우선 지속적인 원료 가격 상승이 골칫거리다. 지난해 평균 t당 63달러였던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137달러로 배 넘게 올랐고,유연탄 가격도 t당 71달러에서 94달러까지 치솟았다. 올 1분기 철광석 및 유연탄 가격도 7~8%가량 오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반면 포스코는 1분기 철강재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 동결하기로 했다. 현재 국내 내수시장의 철강재 가격이 국제 시세보다 높기 때문이다. 건설경기 부진 등으로 국내 철강시장이 크게 위축된 점도 동결 요인으로 작용했다.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다른 철강업체들도 내년 1분기 철강제품 가격을 크게 조정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원료값은 오르지만 제품 가격은 묶이면서 포스코를 비롯한 주요 철강업체들의 올 상반기 수익성은 악화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현대제철이 올해 고로 사업을 본격화하고 동국제강,동부제철 등도 설비 증설에 나서면서,내년 국내 철강시장이 본격적인 경쟁체제에 진입한다는 점도 철강업계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와 마찬가지로 철강업계의 경영여건이 크게 개선되기는 힘들 것"이라며 "다만 해외 설비 증설 및 수출 확대로 숨통을 틔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선>…조선, 저가수주 부담 가능성 커
조선업계는 바닥을 다지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글로벌 경제 위기로 주춤했던 신규 수주 '랠리'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대형 컨테이너선,해양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 국내 조선업체들로선 호재다. 하지만 경제 위기때 저가로 수주한 선박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내놓은 업종별 전망에 따르면 올 건조량은 작년보다 4.6% 증가한 1360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에 달할 전망이다. 하지만 수출의 경우에는 건조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수주선가가 낮아 4.3% 하락한 450억달러로 추산했다. 업계와 증권가는 내년도 조선 업황이 올해 대비 5~10%가량 발주량이 늘 것으로 보고 있다. 해운선주사와 조선사의 재무상태 개선과 세계 경기회복과 맞물린 금융기관의 투자 재개로 선박금융이 회복되면서 발주가 증가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선종별로는 작년 상반기까지 시장을 주도했던 대규모 벌크선 발주가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줄고,컨테이너선과 탱커선 수주량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벌크선의 경우 중국이 대량으로 제조,공급 과잉 논란이 일고 있다. 에너지 수요가 다시 살아나면서 LNG 등을 수송할 탱커선 경기도 살아날 전망이다. 특히 자원 부국들이 가스와 발전플랜트 분야에 투자를 재개하면서 이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는 국내 조선업체들의 수혜가 예상된다.
장밋빛 전망 속에서도 넘어야 할 산은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본이 엔고 현상으로 도태된 후 한 · 중 양강구도가 형성됐지만,중국 조선업계가 점점 입지를 넓혀가면서 한국 조선업계를 압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한국은 조선업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수주량과 수주잔량,건조량의 1위의 자리를 지난해 7년만에 중국에 내줬다. 과거 수년간의 실적 영향을 받는 건조량과 수주잔량을 제외하더라도 수주량에서 국내 조선업계는 지난해 약 38%의 점유율로 중국(45%)에 밀렸다.
<기계>…5대 기계산업, 견조한 서장세 유지
립금속,전기기계,정밀기계,수송기계(선박 제외)로 구성되는 5대 기계산업은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중국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해외 수요가 견실한 데다 엔고 현상 덕분에 한국산의 가격 경쟁력이 부각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한국기계산업진흥회는 올해 기계산업 생산은 전년대비 9.7% 증가하고,수출은 12.1% 증가한 1524억달러,무역수지는 583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작년과 비교하면 증가세는 다소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도 사태로 초래된 북한 리스크,유럽 재정위기의 재발,미국의 더블 딥 가능성 등 다양한 경제적 리스크 요인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신흥국 등의 투자 호조는 이를 상쇄할만한 호재 요인이다. 올해도 경제발전을 위한 인프라 투자를 지속할 중국을 비롯 인도의 인프라 투자 규모도 연평균 4~5% 증가할 전망이다. 엔고로 해외에서 일본산 대신 중저가 중간기술의 한국산 기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점도 올 전망을 밝게하는 요인이다.
업종별로는 건설광산기계,공작기계,공구 등의 수출이 '호조' 를 나타내고,자동차,중전기기,섬유기계,냉동공조,베어링 등은 '보통'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화학>…유화, 증설 마무리…조정국면 탈피 예고
석유화학은 중국과 중동 지역의 대규모 증설이 마무리 되면서 2008년이후 이어진 조정국면에서 탈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적으로 에틸렌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지난 5년간 진행된 증설에 따른 영향은 자연적인 수요 증가분을 해소하는 수준에서 그쳤다는 설명이다.
2013년까지 중국의 에틸렌 생산량은 해마다 13.4% 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수요 증가세가 더 가파르게 나타나며 중국의 증설에 따른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와 터키,브라질,동남아시아 등 신흥시장도 빠른 수요 성장세를 수입으로 대체할 수 밖에 없어 국내 업체들의 수출 시장은 더 확대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중동의 증설 물량도 국내 업체들이 지리적 이점이 큰 중국 시장의 빠른 성장세 등을 고려하면 두려워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 기존 증설물량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도 나오지만 세계 메이저 업체들의 자금 흐름이 악화되며 향후 3~4년간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추가 증설이 없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신흥시장의 수요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중장기적으로는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건설>…건설, 민간ㆍ공공부문 동반침체 전망
지난해 민간부문에서 소폭의 회복세를 나타냈던 건설업종은 올해 다시 민간과 공공부문이 동반침체에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에 비해 건설투자는 0.4% 감소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공공부문은 공공기관 이전 및 공공주택 발주 등의 영향으로 건축공사는 증가하지만 신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사업이 감소하며 토목공사는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에 재정을 조기집행함에 따른 영향으로 하반기 들어 토목공사 분야는 더 크게 위축될 것이란 설명이다.
민간부문 역시 국내경기가 둔화 추세를 보이며 비주거용 건축수주 증가세가 둔화될 전망이다. 서울시가 공공관리자제도를 시행함에 따라 재개발 · 재건축이 위축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주거용 건축수주도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전체 국내공사 수주는 지난해보다 4.5% 감소한 112조4000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로 갈수록 소비 및 고용 상황이 나아지면서 투자가 회복될 가능성도 기대되지만 미분양 적체 등의 문제가 불거지며 큰 폭의 회복은 어려울 전망이다.
장창민/박동휘/조재희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