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창업 요람 … '한국의 스티브 잡스' 키운다

IT 사관학교 '프라이머', 홈커밍데이 가보니

벤처 1세대 권도균·이택경 씨 11개팀 50여명 아이디어 지도
"창업은 끝없는 자기와의 싸움"

전자결제업체 이니시스 창업자 권도균 대표(47).다음커뮤니케이션 공동 창업자 이택경 대표(40).두 사람은 요즘 벤처 인큐베이팅에 푹 빠져 산다. 대학생 창업을 돕는 데 열정을 쏟아붓고 있다. 2년 전 이니시스와 계열사를 모두 매각한 권 대표는 프라이머라는 인큐베이팅 업체를 공동 창업해 다시 벤처의 길을 걷고 있다. 큐빅을 창업한 권 대표도 이 대표와 함께 인큐베이팅을 하고 있다.

28일 저녁 서울 강남구 논현동 코업 사무실.벤처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 50여명이 몰려들었다. 행사명은 프라이머 홈커밍데이.권 대표와 이 대표의 지도를 받아 법인을 설립했거나 준비 중인 11개 팀 대표 50여명이 송년회를 겸해 모였다. 온오프믹스,위트스튜디오,핀포스터,스타일쉐어,번개소프트,트리플래닛,엔터,올웨이스….대표나 이사 명함을 내밀지만 대학생 티를 벗지는 못했다. 팀별 현황 발표가 시작됐다. 인쇄용지 하단에 광고를 게재하는 사업을 시작한 애드투페이퍼 전해나 대표(고려대 조형학부 3학년)는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면 학생은 공짜로 출력할 수 있고 광고주는 타깃 마케팅을 할 수 있다. 고려대에서 15일 동안 시범 서비스를 했는데 4368명이 15만장을 출력했다. 지금은 5개 대학에서 서비스하고 있다"고 밝혔다.

큐블릭은 커피숍에서 커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페이저(진동기)를 통해 짧은 동영상을 즐기게 해주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최재성 대표(고려대 기계공학과 졸업 · 26)는 "6개 점포를 거느린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에서 시범 서비스를 하기로 했다"며 시제품을 공개해 박수를 받았다.

앱 자동 생성 프로그램을 개발 중인 모비틀의 박훈준 대표(한양대 컴퓨터공학과 수료)는 "기존 프로그램은 말이 자동이지 오히려 복잡하다"며 "우리 프로그램은 비용이 적게 들고 컴퓨터를 모르는 사람도 간편하게 앱을 만들어 사용할 수 있게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병원 교회 식당 등을 상대로 수요처를 찾고 있다. 팀별 발표가 끝나자 담소 시간이 이어졌다. (예비)창업자들은 끼리끼리 모여 떠들썩하게 얘기하며 맥주잔을 주고받았다. 그 틈을 타 권 대표,이 대표와 얘기를 나눴다. 권 대표는 내년에는 3월에 프라이머 2기를 모집하고 여름에는 제주도에서 두 달 동안 합숙하며 베타 서비스 개발을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 대표는 "어떤 사람들을 지원하느냐"는 질문에 "진정성이 중요하다","진정으로 창업하려는 사람을 선별해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창업하겠다고 하면서도 왜 창업하는지 모르는 학생도 있다"며 "이력서에 한 줄 넣기 위해 지원하는 사람은 뽑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프라이머는 베타 서비스를 개발해 첫 마케팅을 시작할 때까지 팀별로 2000만~3000만원을 지원한다.

권 대표와 이 대표는 6개월 인큐베이팅 경험담도 들려줬다. "창업자들은 배를 짊어지고 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넘어야 할 고비가 한둘이 아닌데 처음부터 원대한 계획을 세우거나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고 한다. 우리가 봤을 땐 배가 산으로 가고 있는데 자신들은 바다로 가고 있다고 착각한다","창업은 끝없는 자기와의 싸움이다"고 말했다. 프라이머 창업에는 권 대표와 이 대표 외에 송영길 엔컴퓨팅 대표,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첫눈 창업자인 장병규 대표 등이 함께 참여했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