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국가재난으로…중앙대책본부 신설

행안ㆍ농림 공동 담화문
경보단계 '심각'으로 격상
미발생 지역도 방역 조치
이미 소ㆍ돼지 47만마리 매몰
"위기대응 늦었다" 비판도
구제역 위기경보 단계가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됐다. 또 구제역을 농림수산식품부가 아닌 국가 차원에서 다루기 위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대책본부)가 설치됐다. 행정안전부와 농림수산식품부는 경북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한 달 만에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등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29일 발표했다.

◆구제역 미발생 지자체도 방역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과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구제역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책을 담은 합동 담화문을 발표했다.

정부는 경보단계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올렸다. 작년 신종플루 확산 때 심각단계가 발령된 적이 있지만 가축전염과 관련해서는 처음이다. 대책본부의 수장은 맹 장관이 맡기로 했다. 대책본부는 △총괄 상황 관리 △부처간 역할 분담 △지자체 방역활동 지원 등을 맡는다.

심각단계 발령으로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은 지자체도 발생지역과 동일한 방역조치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날 경북 영주와 경기 김포에 대한 추가 접종도 결정됐다.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은 행안부 소관인 지방특별교부금에서 지원된다. 농식품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운영하던 중앙구제역방역대책본부는 구제역중앙수습본부(중앙수습본부)로 전환되고 △방역조치 △예방접종 △농가 지원 등에 역량을 집중한다. 유 장관은 "구제역이 대부분 사람이나 가축의 접촉에 의해 발생한 만큼 이들의 이동경로를 철저히 파악해 방역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 등 47만마리 매몰 '최악'

정부는 전국 244개 지자체에도 시 · 도지사 등 지자체 수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지역 단위별 대응체계를 구축하도록 했다. 담화문 발표에 이어 열린 대책본부장 영상회의에서 맹 장관은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해 지자체의 축제성 행사를 자제해야 한다"며 "구제역은 사람에게 전혀 무해한 만큼 이로 인해 국민들이 우려하지 않도록 안심시켜달라"고 당부했다. 29일 현재 살처분 대상은 소 6만2000마리와 돼지 45만8000마리,염소와 사슴 2500마리 등 총 52만2500마리이며 이 중 47만마리가 매몰됐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사육두수(소 330만마리,돼지 1000만마리)의 4%에 달한다. 정부는 발생지역 중 오염이 심하거나 추가 확산 가능성이 높은 12개 시 · 군의 소에 대해 예방 접종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 확산 이후에 '심각'

정부의 위기대응이 너무 늦은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미 5개 시 · 도,29개 시 · 군에서 총 60건의 구제역이 발생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위기관리 격상의 기준이 있고 이에 따른 것"이라며 "인접하지 않은 3개 시 · 군에서 동시에 대규모로 구제역이 발생할 때 심각으로 격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접'과 '대규모'의 정확한 기준에 대해선 설명하지 못했다. 게다가 현재까지 경상북도,경기도,인천광역시,강원도,충청북도 등 5개 시 · 도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만큼 위기경보 시스템이 주먹구구식으로 작동했다는 비난을 면하지 못하게 됐다. 실제로 맹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날 유 장관과 통화해 오늘부로 위기경보를 격상시키기로 정했다"고 말했다. 위기경보 관리는 농식품부 소관인 만큼 행안부 장관과 전화통화로 결정했다는 것은 뚜렷한 원칙 없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