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른 연말경기] 남대문·평화시장 "구경꾼은 많은데…"

재래시장 찬바람은 여전
자영업체와 재래시장의 경기는 여전히 싸늘한 편이다.

29일 오후 서울 남대문시장 거리는 중국 및 일본인 관광객들과 노인들로 북적거렸지만 정작 가게 안은 한산했다. 손님이 몰려 있는 곳은 '폐업정리 80% 세일' 문구를 내건 초저가 판매점뿐이었다. 남성복 전문점인 태왕사의 신화식 사장은 "작년 이맘때쯤 하루 매출이 70만~80만원이었는데 올해는 50만~60만원 수준"이라며 "서민들마저도 아울렛이나 대형마트로 몰리니 시장엔 손님이 점점 줄어든다"고 말했다. 인근 서울삼계탕의 김윤호 사장은 "남대문 분위기가 죽다보니 우리집 매출도 지난해보다 절반으로 떨어져 잘해야 하루 15만원"이라고 전했다. 중 · 상층을 대상으로 하는 백화점 및 호텔과 해외여행 등의 수요는 늘어나고 있지만 서민들의 터전인 전통시장에선 연말 특수가 실종된 지 오래다.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동대문 평화시장은 조선족들과 노인들이 거리의 대부분을 메웠고,막상 물건을 사는 손님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곳에서 여성의류를 판매하는 홍미숙 에코스 사장은 "오후 1시30분이 지났는데 개시도 못했다"며 "매출이 지난해보다 20~30% 줄었다"고 말했다. 양조실 월드유통(남성복) 사장은 "평화시장은 중국 보따리상들이 '큰손'이지만 요즘은 한국에서 샘플만 사다가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에서 만들어 팔기 때문에 중국 도매상마저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들의 경기도 시들하다. 서울 용산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김은환 은호플라워 사장은 "매년 연말 선물용으로 3만원짜리 꽃다발을 사가던 손님이 올해는 5000원짜리 꽃 한 송이만 사갔다"며 "꽃값은 올랐는데 매출은 30%나 줄어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