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대전망] 수출 전선 '박동소리'…한국 경제 새로운 10년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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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성장둔화ㆍ유럽 재정위기 등 글로벌 경제회복 변수 많아한국 경제는 지난 1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른 경기 회복세를 보였다. 신속하고 과감한 정책 대응과 강화한 경제 체질 덕분에 지난해 6%대 초반의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었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회복하면서 수출 규모는 세계 7위로 올라섰고 코스피지수는 어느덧 2000선을 훌쩍 넘어섰다.
대내적으론 北 추가도발 우려…선거前 포퓰리즘 쏟아질 수도
작년 11월에는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까지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북한 리스크와 구제역 등에 시달리기는 했지만 지난해 한국 경제가 순항했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다. 2008년 하반기 불거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벗어난 모범 사례라는 전 세계의 극찬이 쏟아졌다. 그러나 올해는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여건이 만들어지고 있다. 우선 대외적으로 올해 세계 경제는 작년보다 성장 속도가 늦어지는 등 불안 요인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정책 수단 및 국제공조 제한 △선진국의 경제 성장세 둔화 △유럽 재정위기 확산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을 올해 세계 경제의 3대 변수로 꼽았다.
경제 회복 속도의 차이로 각국이 처한 상황이 달라지면 환율 분쟁이 격화할 수 있다.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사상 최대 규모로 확대되면 위안화 절상폭이 다시 중요 이슈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고용과 주택경기 회복이 늦어지고 유럽 주요국이 재정 건전화를 추진하면서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할 개연성도 높다. 남유럽 재정위기 확산 가능성과 신흥국으로의 급격한 자금 유입 등은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내적으로도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북한 리스크다. 연평도 포격 이후 언제 또 도발이 일어날지 모르는 긴장 상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국지전이라도 벌어진다면 국가신용등급 등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나타날 수 있는 포퓰리즘(대중 인기영합주의) 정책들도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무리한 선심성 복지 정책들은 재정 부담으로 이어져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 미국 일본 등 주요국보다 높은 가계부채 수준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여러 여건들이 좋지 않은데도 올해 5% 내외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대부분의 국책 및 민간 경제연구소들이 올해 4%대 초중반의 성장률을 예상한 것과 비교하면 다소 '장밋빛'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올해 소비자물가는 3% 선으로 전망했다. 높은 성장을 지속하면서 동시에 물가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하지만 최근 국제유가 상승,연초 대학 등록금 인상,공공 요금 불안 등 잠재한 복병을 감안하면 성장과 물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정부의 목표는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올해는 거시지표를 안정적으로 가져가는 것 외에도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경제 체질을 바꾸는 것도 게을리하면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무엇보다 무역 의존도가 80%에 달하는 지나친 수출 중심 경제 구조를 바꾸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수출을 대신할 내수시장을 키우기 위해 전문가들이 가장 중요하게 꼽은 것은 서비스산업 선진화다. 몇 년째 표류하고 있는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영리 병원) 도입과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 허용 등의 문제가 빨리 매듭지어져야 하는 이유다.
리스크 요인을 잘 관리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북한에 대해서는 긴장 국면 조성을 막기 위해 '당근과 채찍' 정책을 적절히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중국의 긴축 리스크는 현재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간재 대신 내수 소비재의 비중을 확대하는 식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올해는 금리 정상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세입 기반 확대와 세출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며 "잠재성장률에 근접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 달성을 위해서는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