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입' 교통정리 안되네

차영ㆍ전현희, 중복 브리핑 혼선 … 손학규ㆍ박지원 '대리전' 분석도
민주당의 입인 당 대변인과 원내 대변인 간 혼선이 도를 넘고 있다. 지난 10월 손학규 대표 취임 이후 차영 당 대변인과 전현희 원내 대변인 간 미묘한 영역 다툼이 전개되면서 중복 브리핑으로 혼선이 빚어지기 일쑤다.

지난 27일 가축전염병예방법 처리를 위해 한나라당이 제안한 '원포인트 본회의' 수용 여부를 둘러싼 입장차가 대표적이다. 손 대표의 입장을 전하는 차 대변인은 "날치기 예산안과 법안무효화에 대해 응답이 없는 한 본회의는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곧이어 마이크를 잡은 전 원내대변인은 "구제역에 대한 신속한 대책을 위해 자체 법안을 갖고 원포인트 국회에 응할 수 있다"는 상반된 입장을 발표했다. "어느 쪽이 당론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양 대변인은 서로 자신이 '공식 입장'이라고 주장하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차 대변인에게 밤늦게 전화를 걸어 "구제역을 위한 원포인트 국회는 필요하다"는 의사를 재차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 대변인은 "당 대표가 단호하게 본회의 제안을 거절했는데 어떻게 원내대표가 이를 수용하는 모양새의 논평을 내도록 할 수 있느냐"며 앙금이 가시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이들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은 손 대표 취임 직후부터 계속됐다. 당 대변인들은 "원내대변인이 왜 당 전체 현안까지 브리핑하느냐"고 불만을 토로했고 전 대변인은 "기존에 해오던 방식"이라고 맞섰다. 여성 대변인들의 기싸움에 이춘석 당 대변인은 최근 주로 서면논평만 발표하며 '태업' 중이다.

당내에선 이 같은 갈등이 사실상 손 대표와 박 원내대표 간 대리전 성격이 짙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 대표 취임에 앞서 3개월 동안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대표까지 겸했던 박 원내대표는 이례적으로 조영택 · 전현희 의원 등 2명의 원내대변인을 두고 당의 모든 이슈를 총괄했다. 문제는 이 같은 관성이 손 대표 취임 이후에도 지속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는 것이다. 한 중진 의원은 "볼썽사납다"고 지적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