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뱃길 등 '제로예산' 51개 사업 중단 위기

● 서울시 예산안 통과 '후폭풍'

市 "미래 위한 투자 발묶여" … 吳시장 "끌려다니지 않겠다"

서울시의 내년도 예산(20조5589억원)에 대한 심의 · 의결 절차가 30일 새벽 시의회 본회의 통과로 끝났지만 예산의 정상 집행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무상급식 등 민주당 의원들이 증액한 예산 75건에 대해 서울시가 "집행하지 않겠다"고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기존 주요 계속사업에 한푼도 배정하지 않은 것은 다수당의 폭거"라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 측은 "등 뒤에서 비수를 꽂았다"고 비난했다.

◆예산 전액 삭감된 사업 51개무엇보다 시의회 심의 과정에서 신청액이 전액 삭감돼 '제로(0) 예산' 신세가 된 사업들의 운명이 불투명해졌다. 시의회 민주당 측은 '토목 · 전시성'이라고 규정했지만,서울시는 "미래형 투자사업"이라고 즉각 되받아쳤다. 시의회 심의 과정에서 예산이 전액 삭감된 사업은 모두 51개에 이른다.

바이오메디컬 조성 예산이 대표적이다. 서울시가 펀드 조성 예산 50억원을 신청했지만 전액 삭감당했다. 서울시는 바이오산업 육성과 마곡지구 바이오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2012년까지 2000억원의 펀드를 조성할 예정이었다. 지식경제부도 수익성을 인정해 200억원을 출자할 계획이었다. 지난 9월 펀드 운용사로 한화기술금융과 미국 옥스퍼드사 컨소시엄을 선정해 투자유치 활동을 벌였지만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의 의료 인프라에 주목한 미국 보스턴의 10여개 기업이 투자 의향을 밝히고 정부까지 참여하는데 예산을 왜 전액 깎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서울의 산업 기능은 물론 대외 신뢰도까지 추락할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서울시가 2002년부터 세계적인 공연 · 전시 복합문화공간 조성을 위해 추진해온 한강예술섬도 신청액 406억원이 전액 깎여 사업 중단이 불가피하다. 국제 크루즈선을 띄워 한강을 동북아 수상 거점도시로 만든다는 '서해뱃길 사업' 역시 신청액(752억원)이 전액 삭감돼 사업 중단 위기에 처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해뱃길 사업에 이미 투입한 286억원도 헛돈을 쓴 결과가 됐다"고 말했다. 이 밖에 △은평새길(100억원) △평창터널(40억원) △어르신행복타운(98억원) △서서울호수공원(10억원) △경기상고 운동장 지하주차장 조성(24억원)과 자치구 인센티브(150억원) 등도 내년 예산을 한푼도 못받았다.

권영주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는 "사업 중단 등의 혼란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시민이기 때문에 서로 대원칙을 지키면서 타협을 이끌어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상급식은 현금 나눠주기 복지"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자신들이 무슨 죄를 짓는지도 모르면서 죄를 짓고 있다"며 시의회 민주당 측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시의회가 '홍보 예산','토목 예산'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서울의 미래사업을 막고 있다"고 비난했다. 무상급식 예산에 대해서는 집행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희망플러스통장이나 꿈나래통장 같은 '자립형 복지'를 위해 애써왔다"며 "(무상급식은) '현금 나눠주기식 복지'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새해에도 여소야대 시의회에 끌려다니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오 시장은 "금도를 넘으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단호히 대처한다는 기조를 계속 지켜 나갈 것"이라며 "대화와 타협이 원칙이지만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인다면 갈등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시의회 민주당 측은 "시정 악화의 모든 책임은 오 시장이 져야 할 것"이라며 "결자해지 차원에서 원인 해소에 진력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