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10년 'E10 리포트'] (1) 南美의 맹주-브라질, 상파울루 곳곳에 대형 타워크레인

월드컵ㆍ올림픽 앞두고 인프라 구축 박차
작년 GDP 7.6% 증가…건설부문은 11% 이상 급성장
공항ㆍ심해 유전개발 등 빅 프로젝트만 수십개
2억명 인구가 경제기반, 세계 4대 자동차시장 급부상
복잡한 세금ㆍ불안한 치안…높은 물류비용 등은 문제
브라질 최대 도시 상파울루 남서부에 있는 주셀리누 쿠비체크 거리.시내 중심가 파울리스타에 이어 '상파울루 제2의 월스트리트'로 불리는 곳이다. 이곳에선 서너 블록을 지날 때마다 새로 짓는 건물이 보인다. 서쪽 끝에 있는 대형 은행 산탄데르 빌딩 주위는 7~8개 건물 공사 현장이 밀집된 지역이다. 회색 구조물마다 하늘을 찌를 듯한 타워크레인이 얹혀 있다.

약 1㎞ 떨어진 파리아 리마가(街)에 가니 미래에셋이 지난해 9월 약 1800억원을 들여 사들인 오피스 빌딩이 보인다. 오는 3월 완공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지상 16층짜리 이 빌딩의 시세가 그 사이 꽤 올랐다는 게 김영환 미래에셋자산운용 브라질법인 최고투자책임자(CIO)의 귀띔이다. 브라질은 공사 중이다. 상파울루 시내 곳곳에서 타워크레인을 이고 있는 건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지난해 대형 쇼핑몰만 5개 이상 생겼다. 한 해 동안 병원 백화점 오피스빌딩 등 수십개의 건물이 새로 지어진다. 수요도 많다. 외국 금융회사는 물론 자동차회사 조선회사 등이 속속 들어오고 소득이 늘어난 중산층이 새 쇼핑몰을 즐겨찾는다.

대형 건설업체인 하시오날 엔제냐리아의 마르코스 다비드 산토루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 나라의 성장성을 "브라질 전체 지역이 건설현장"이라는 한마디로 표현했다. 브라질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7.6% 증가했고,건설 부문은 이보다 더 가파르게 11% 이상 성장했다는 설명이다.

상업용 건물뿐만이 아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이 시작해 지우마 호세프 새 대통령이 이어가고 있는 100만호 서민주택 건설,고속철 사업과 고속도로 공항 항만 유전 개발 등 대형 프로젝트가 수십개에 달한다. 800억배럴 안팎으로 추정되는 리우데자네이루 앞바다 투피지역 심해유전 개발 사업이 가장 크다. 시추선과 선박 건조에 5년 동안 250조원 규모가 투입된다. 인프라 구축과 더불어 철강금속,에너지 분야가 성장함에 따라 이에 필요한 기계장비 수입도 늘고 있다. 엔니우 크리스피누 브라질 기계장비수입협회장은 "컴퓨터제어기계를 포함한 기계장비가 연 1만5000대 이상 수입되고 있다"며 "2014년 월드컵 축구대회와 2016년 하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기계장비 수입 증가세가 가파르다"고 말했다. 인프라 구축에 풍부한 원자재 개발 수요까지 겹치면서 경기가 꺾이지 않고 장기 성장하는 슈퍼 사이클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경기가 조금 좋아지자마자 하향곡선을 그렸던 과거의 롤러코스터 또는 '치킨 플라이트(chicken flight) 경제'를 벗어났다는 분석이다.

1억9700만명(2010년 11월 말 기준)에 달하는 인구도 브라질의 재산이다. 김 CIO는 "빈곤층을 중심으로 한 서민지원정책(Bolsa Familia) 덕분에 A,B,C,D,E 계층 가운데 중간 소득계층인 C계층이 약 9500만명으로 늘어났다"며 "1인당 소득이 1만달러 수준에 이르러 탄탄한 내수시장이 형성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브라질 경제는 큰 충격을 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브라질은 중산층이 두터워지면서 지난해 자동차가 340만대 팔려 독일을 제치고 세계 4대 자동차 시장으로 떠올랐다. 자동차 시장의 약 5%를 점유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가 연초에 상파울루 인근 피라시카바에 생산공장을 착공하려는 이유다. LG전자도 캄피나스 인근 파울리니아에 냉장고 가스레인지 등 백색가전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최세창 LG전자 브라질법인 가전마케팅담당 부사장은 "2009년 LCD TV 시장에서 LG가 31.4%로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고 소개했다. 이종호 삼성전자 브라질법인 최고재무책임자(CFO)도 "TV와 휴대폰을 중심으로 2년마다 매출을 2배씩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SK네트웍스는 광산업체 MMX의 지분을 인수했고,동국제강은 후판생산공장을 착공했다.

문제는 과도한 세금 부담과 복잡한 행정 인 · 허가 절차 등 기업활동에 애를 먹이는 '브라질 코스트'다. 세금 종류가 50가지가 넘는다. 조세부담률이 GDP의 34.5%나 돼 이머징 국가 중 가장 높다. 황기상 KOTRA 상파울루센터 부센터장은 "세금이 높아 물가가 비싼 데다 현지 주재원이 방탄차를 타고 다녀야 할 정도로 치안이 불안하고 도로 철도 등 인프라가 부족해 물류 비용이 높다"며 "1년에 한 달 휴가를 보내고 12월에는 두 달치 월급을 줘야 하는 등 고용주 입장에서 코스트가 많다"고 말했다.

상파울루(브라질)=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