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10년 '뉴 노멀 시대'] (3) 플라자 합의→逆플라자 합의→쌍둥이 적자 누적 … 무게감 잃어가는 달러화

● (3) 국제통화 '테라' 시대 열리나 … 2차대전 이후 국제통화 질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달러화 위상이 흔들림에 따라 최근 국제 외환시장에서는 1970년대 이후 미국과 아시아 국가 간 묵시적으로 유지돼 온 제2 브레턴우즈 체제가 붕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브레턴우즈 체제란 1944년 국제통화기금(IMF) 창립 이후 미국의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하는 금환본위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하에서는 미국의 달러화만이 금과 일정한 교환 비율을 유지하고 각국 통화는 기축통화와의 기준 환율을 설정 · 유지함으로써 환율을 안정시키고 국제무역을 증진시켰다.

제2 브레턴우즈 체제란 1971년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의 금태환 정지선언 이후 '강한 달러-약한 아시아 통화'를 골간으로 미국과 아시아 국가 간 묵시적 합의하에 유지해 온 환율제도를 의미한다. 미국이 자국의 희생을 바탕으로 이 체제를 유지해 온 것은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발전을 도모하고 공산주의의 세력 확산을 방지하고자 한 숨은 의도가 깔려 있었다. 시각차가 있지만 국제금융사에서 제2 브레턴우즈 체제는 이런 미국의 의도를 충분히 달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일부에서 제2 브레턴우즈 체제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폐허가 된 유럽의 부흥과 공산주의의 세력 확장을 막기 위해 미국이 지원했던 '마셜 플랜(Marshall plan)'의 또 다른 형태라고 부르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그 뒤 제2 브레턴우즈 체제에 균열이 보이기 시작한 때는 1980년대 초 무렵이다. 아시아 통화에 대한 의도적 달러화 약세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는 위험수준에 달했다. 당시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는 여러 가지 방안을 동원했지만 결국 선진국 간 미 달러화 약세를 유도하기 위한 '플라자 합의'로 이 문제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제2 브레턴우즈 체제가 균열 조짐에서 벗어나 계속 유지될 수 있었던 데에는 1995년 4월 달러화 가치를 부양하기 위한 '역(逆)플라자 합의'와 아시아 외환위기 발생이 일조했다. 역플라자 합의에 따라 미 달러화 가치가 부양되는 과정에서 외환위기가 발생,아시아 통화가치가 환투기로 폭락하면서 '강한 달러-약한 아시아 통화' 간의 구도가 재현됐다. 특히 중국이 환율을 고정시킴에 따라 제2 브레턴우즈 체제는 1970년대보다 더 강화된 모습을 띠었다. 이 때문에 2000년대 들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불거지기 시작하면서 1980년대 초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 2005년 7월 이후 중국이 고정환율제를 포기하긴 했지만 위안화 가치는 크게 평가절상되지 않아 글로벌 불균형이 해가 갈수록 더 심화되는 추세다.

2010년대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가 극복된다 하더라도 위기 극복 과정에서 쌓인 쌍둥이 적자로 달러화 가치가 하락할 경우 더 이상 기축통화 역할을 하기 힘들 것이라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