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희 칼럼] 원망과 후회 말고 도전과 기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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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탓하고 자책하면 발전 불가능누가 상상이나 했으랴.평생 농사 짓던 시골 할머니가 나이 일흔이 다 돼 그렇게 유명해질 줄.2010년의 인물은 차사순씨다. '슈퍼스타 K2' 우승자 허각씨도 있지만 정신 번쩍 들게 만드는 걸로 치면 차 할머니 쪽이 단연 우세하다. 집념 끝에 꿈을 이룬 건 같지만 젊은 허씨와 달리 차 할머니의 도전에 대해선 많은 이들이 삐딱하게 봤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단점 보완한 뒤 간절하게 덤벼야
필기시험 950번을 치르는 동안 들어간 인지값을 들먹이며 "돈이 아깝지도 않나" 수군거렸을 테고, "아이구,이제 그걸 따서 어디다 쓰려고" 식의 비아냥과 뒷담화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중간에 그만두면 아무 것도 안한 게 되니 그냥 끝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그 결과 그는 간절히 원하던 운전면허를 땄고 새 자동차도 생겼는가 하면 2010년 최고의 모델이 됐다. 할머니의 2011년이 어떨진 알 수 없다. 자동차를 타고 다니려면 세금과 보험료를 내고 기름값도 들 테니 마냥 즐겁지만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이에 상관없이 도전하고 또 도전해서 이뤄낸 그의 성공이 수많은 사람에게 심어준 꿈과 희망,이 세상 모든 성취는 "너는 안된다"는 말에 비틀거리지 않아야 가능하다는 사실은 영원히 기억될 게 틀림없다.
2011년이 시작됐다. 새해를 맞은 이들의 심정은 각양각색일 것이다. 기쁜 소식에 가슴 벅찬 이도 있을 테지만,기대했던 일 죄다 어긋나 참담하기 짝이 없는 사람도 있을 게 분명하다. 대학입시 실패로 풀 죽은 수험생도,졸업일은 다가오는데 취업이 안돼 초조한 이도,승진 인사에서 물 먹고 쓰라린 이도,다니던 직장 그만두고 막막한 이도 적지 않을 것이다.
소망하던 일이 틀어져 앞이 캄캄해지면 원망과 회한,분노에 휩싸인다. 원망엔 남을 향한 것과 자신을 겨냥한 것이 뒤섞인다. '뭐가 잘못된 건가''왜 하필 나를 빠트린 건가''빽이 없어서인가'부터 '잘사는 집에 태어났더라면''공부를 더 열심히 했더라면''누구에게 잘 보였더라면' 등.가난한 부모에 대한 원망부터 힘 없는 자신에 대한 회한까지 끝도 한도 없다. 누구에랄 것도 없는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숨이 멎을 듯한 상태로 밤잠을 설치다 보면 분한 마음이 사그라드는 대신 서러움이 밀려든다. 사람과 세상 모두 나를 조롱하는 것만 같아 아무도 없는 곳으로 사라지고 싶다. 그러나 과거에 얽매여 남과 나를 원망하고 자책하면서 한숨으로 날을 지새우면 단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
무작정 내달려도 부족할 판에 자꾸 뒤돌아보면 소금기둥으로 변해 멈춰서고 만다. 일이 어긋나고 기대에 못 미쳤으면 일단 호흡을 가다듬고 원인을 찾아봐야 한다. 노력이 부족했는지,방향을 잘못 정한 건 아닌지,자만하진 않았는지,대인관계에 소홀하진 않았는지,조직이라면 전사적 역량을 모으지 못하고 일부에 너무 의존하지 않았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 이유를 분석해내야 마땅하다.
발견한 단점과 약점은 보완해야 한다. 실력을 쌓고,겸손하게 굴고,인간관계를 풍성하게 하고,방향을 똑바로 설정하는 게 그것이다. 그러곤 간절한 마음으로 덤벼야 한다. 무엇이든 통하려면 절실해야 한다. 내가 먼저 간절해야 상대방에게도 통한다. 그 다음엔 겁 없이 대드는 게 필요하다. 실패의 가장 큰 해악은 주눅들게 만들어 작은 일 앞에서도 자꾸 망설이게 만든다는 점이다. 사람은 누구나 두려움에 떤다.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어둠이나 폭풍우,눈보라 속에 갇혔을 땐 더하다. 하지만 넘어져 깨지고 다쳤을수록,깊이를 알 수 없는 늪에 빠졌을수록 그 누구보다 자신을 믿어야 한다. 내가 나를 믿지 못하는데 남이 나를 믿을 순 없다. 새해다. 지금 서 있는 곳이 사막이든 늪이든 상관없다. 앞으로 가는 데 필요한 건 원망과 후회가 아니라 용기와 도전정신,그리고 간절한 기도다. '인간은 패배할 때 끝나지 않는다. 포기할 때 끝난다'(리처드 닉슨)지 않던가.
박성희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