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場 코스피 '사상 최고'] "이젠 주식이 재테크의 핵심" … 증시도 '뉴 노멀시대' 열렸다

고령화·저금리 추세 지속 … 부동산·채권보다 효과적
10년간 수익률 아파트의 2배

은행원 A씨는 요즘 출근길이 즐겁다. 평소 마음만 먹고 있다가 2년 전 '실행'에 옮긴 것이 올바른 선택이었음을 확인해서다. 그는 2009년부터 매월 말 상장지수펀드(ETF)에 적립식으로 100만원씩 투자하고 있다.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이 펀드는 24개월 만에 34%의 수익률을 안겨줬다.

A씨는 "예전에 테마주에 단타매매하다 조금 벌고 왕창 잃는 과정을 되풀이하며 원금만 까먹었다"며 "눈 딱 감고 매월 일정액씩 ETF에 묻어두자고 결심한 것이 기대 이상의 효과를 냈다"고 뿌듯해 했다. 그는 동료들에게도 ETF와 같은 지수형 상품에 적립식으로 장기 투자하라고 적극 권유하고 있다. '한순간에 쪽박찰지 모른다'는 취급을 받았던 주식이 재테크시장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가계자산의 대부분이 여전히 부동산에 잠겨 있지만 주식 펀드 등 금융투자 자산이 그 자리를 대신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급속한 고령화와 저금리 기조의 고착화로 인해 부동산이나 예금으로는 노후대비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안전한 지수형 상품이나 우량주에 장기간 분산 투자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게 재테크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새로운 시대에 접어든 한국 증시

IBK투자증권은 최근 2011년 증시를 전망하면서 '뉴 노멀(시대변화에 따른 새로운 표준),주식의 시대를 만끽하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글로벌 경기와 기업 이익,선진국과 이머징시장 간 자금흐름 등을 종합해 보면 투자자산 가운데 주식의 매력이 가장 크다는 것이다. 오재열 IBK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미국 기업이익은 작년보다 10% 이상 늘어나 2007년 기록했던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뉴욕증시 강세는 한국 증시의 레벨 업으로 직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30년 주기로 반복돼 온 미국 채권시장의 사이클도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고 금값도 정점에서 하락할 전망이어서 주식의 매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선진국과 이머징 국가 간 격차 축소,이머징시장 내 차별화,고성장 지역으로의 글로벌 자금 유입 등 '뉴 노멀'이 세계경제의 지형을 재구성하면서 주식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증시도 한층 성숙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외환위기와 대우그룹 해체,카드사 유동성 위기,리먼 브러더스 파산 등 수많은 충격 속에서도 코스피지수는 짧게는 1년,길어도 3년이면 제자리를 되찾고 재도약했다. 김윤기 대신경제연구소 경제조사실장은 "2000선을 되찾으면서 증시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영역으로 들어서고 있다"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춤했던 '코리아 프리미엄(한국 증시의 상대적 강세)' 국면이 다시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우량주식 장기 분산투자가 대안

'주식 시대' 개막으로 가계자산을 굴리는 데도 변화의 바람이 불 전망이다. 이미 '재테크=부동산'이란 공식에 금이 가기 시작한 데다 주식에 장기 투자할 경우 어떤 성과가 나오는지가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작년 11월 말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03.5로 24년 전인 1986년 11월 말(26.4)에 비해 292.04% 상승했다. 약 4배로 오른 셈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268.98에서 1904.63으로 608.09% 상승했다. 단순히 지수만 따라가도 아파트 수익률의 2배 이상이 가능했다는 얘기다. 최근 10년 동안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102㎡(31평) 가격이 327% 오르는 동안 삼성전자 주가는 500% 상승했다.

김 실장은 "한국 경제가 성숙할수록 기업 이익 증가율은 둔화되겠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우량 기업들은 계속 나타날 것"이라며 "재테크 수단으로서 주식에 대한 욕구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우재룡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은 "적립식 투자는 시작할 때의 위험과 시장 변동 위험을 동시에 낮춰주는 훌륭한 투자전략"이라며 "노후 대비 목적이라면 매월 수입의 일정액을 우량 주식에 정기적으로 투자하는 습관을 가질 때"라고 조언했다.

박해영/강지연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