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정부' 한다더니 … 늘어난 건 공무원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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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3년간 1만4000여명 증원"작은 정부,큰 시장으로 효율성을 높이겠습니다. 일 잘하는 정부를 만들겠습니다. "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2월25일 취임사에서 밝힌 내용이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정부가 꼭 해야 할 일이 아닌 것은 민간에 넘기고 공무원 수를 줄이겠다"고 말했다. 3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 약속은 지켜지고 있을까. 5일 한국경제신문이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시 · 군 · 구 포함)의 공무원 수를 조사한 결과 현 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3년간 중앙 공무원 수는 오히려 1만4166명(2.34%)이 늘었다. 지자체 공무원도 2008년 한 해만 감소했을 뿐 2년째부터는 증가세로 돌아섰다.
부처별로는 외교통상부가 같은 기간 14.85% 늘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보건복지부도 10.64% 늘었고 고용노동부도 7.86% 증가했다. 공무원 수는 2000년 이후 10년간 연평균 1.87%씩 증가해왔다. 같은 기간 인구 증가율(0.45%)의 4배 이상으로 빠르게 늘었다.
지자체는 더 심각하다. 지자체의 3분의 1은 최근 3년간 인구가 줄었는데도 해당 지자체 공무원 수는 오히려 늘었다. 예컨대 경기도 의왕시는 같은 기간 인구 7.59%가 다른 지역으로 빠져 나갔으나 공무원 수는 되레 17.54% 증가했다. 더 큰 문제는 공무원 수가 빠르게 늘어나는데도 정부 부문의 경쟁력은 매우 낮다는 점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의 2010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 정부의 효율성 지표는 대부분 중하위권을 맴돌았다.
'정부 규제 수준'은 조사 대상 139개국 중 108위로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공무원 의사결정 편파성'은 84위,'정부 지출 낭비'는 71위 등이었다.
같은 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도 한국의 정부 효율성은 58개국 중 26위에 그쳤다. 옥동석 인천대 교수는 "공무원은 수요자 입장에서는 굳이 필요하지 않은 일도 명분을 만들어가며 조직을 늘리려는 생리가 있다"며 "민간으로 넘길 만한 분야는 과감히 이양해 덩치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대외협력실장은 "출범 초기 작은 정부를 지향한 이명박 정부가 금융위기를 핑계로 큰 정부로 탈바꿈했다"며 "정부가 민간의 기능을 도외시한 채 일자리 등 모든 것을 자체적으로 해결해보겠다는 환상 속에 개입주의와 팽창주의에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정종태/서욱진/최진석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