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트렌드, 현실참여보다 순수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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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좋은시조' 분석'그러네,제주에선 소리보다 바람이 빨라/ '안에 계셔?'그 말조차 다 흘리고 지워져/ 마지막 겨우 당도한/ 고백 같은/ 그 말/ "셔?"'(오승철의 '셔?' 부분)
정형성에 기반한 시조지만 고리타분하거나 지루하지 않다. 평시조 사설시조 엇시조 양장시조 옴니버스시조 등 다채로운 형식 속에 운율과 호흡을 녹여내고 자연과 인생의 깊은 의미를 엮어냈다. 한국작가회의 시조분과가 지난 한 해 동안 발표된 좋은 시조를 묶어 발간했다. 《2011 좋은 시조》(책만드는집)는 2009년 겨울호부터 지난해에 걸쳐 각종 문예지에 발표된 시조 가운데 20명의 추천위원들이 선정한 92편을 담았다.
복수 추천을 받아 두 편 이상의 작품이 실린 송선영 윤금초 박시교 김일연 이지엽 서숙희 이종문 이송희 이태순씨 등을 비롯해 이근배 구중서 이우걸 권도중씨 등 82명의 작품이 실렸다.
책을 엮은 박시교 김일연 시인은 "현실참여나 생태,역사성,문명 비판 등의 의도를 담은 작품들은 줄어들거나 큰 호응을 받지 못했다"며 "대신 내면을 다지는 성찰과 사유,대상과의 교감에서 삶의 통찰을 이끌어내는 심안이나 참신함,의미와 표현이 겉돌지 않는 진정성,사투리 사용을 포함한 풍부한 언어 감각 등 순수 서정을 지향한 작품이 각광받았다"고 설명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