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뿐인 MB의 '작은 정부'] 공기업마저 증원 … 사업 민간이양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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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슬그머니 확대이명박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공기업 개혁의 일환으로 강도 높게 추진했던 공기업 인력 감축도 임기 후반기를 맞아 슬그머니 후퇴하고 있다.
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284개 공공기관에서 총 1만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한국전력과 가스공사 도로공사 KOTRA 등 82개 공공기관에서만 5000여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현 정부는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는 국정 기조에 맞춰 방만하게 운영돼 온 공기업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 '공기업 선진화 계획'에 따라 2008년부터 정원을 초과하는 인원을 내년까지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공공기관 정원 17만5000명 가운데 12.7%인 2만2000명을 줄이겠다는 것이었다. 실제 2009년 말까지 감축 대상 인원의 35%를 줄이고,작년 말에는 60%가량까지 줄였다. 예정대로라면 올해 말에는 80%,2012년 말에는 100% 감축을 끝내야 한다.
그러나 공기업 인력 감축 계획은 '청년실업'이라는 국가적 과제에 부딪쳐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청년 내 일 만들기' 1차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에너지 · 연구 · 개발 · 국립대 병원 등 공공기관의 정원을 6300명 늘렸다. 정원 자체가 커졌기 때문에 정년 퇴직 등으로 빠진 인력까지 합해 올해 1만명을 채용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이다.
공기업 평가 기준도 바뀌었다. 지난해까지는 인력감축 계획과 실적을 공공기관 기관장 평가에 반영했으나 올해부터는 거꾸로 신규 채용 실적을 평가에 반영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재정부 관계자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물론이고 원전이나 해외 자원개발 등 고부가가치 사업 쪽에 필요한 인력은 늘리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청년실업 해소 등을 위한 피치 못할 선택이었다는 게 정부 해명이지만 공기업 사업부문을 민간에 이양하는 등의 방법도 고려될 수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옥동석 인천대 교수는 "금융 위기라는 돌발 변수가 있긴 했지만 이번 정부는 과거 김대중 정부처럼 '작은 정부'로 가겠다는 의지 자체가 약한 것 같다"며 "공기업이 민간의 영역을 침해할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