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파이팅] (5) "파리 A급 매장서 통하는 패션 선보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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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동대문 의류상 출신 최범석 디자이너"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바쁠 것 같아요. 이달 파리 트라노이 전시회를 시작으로 뉴욕컬렉션,컨셉트코리아(한국 디자이너 4명을 소개하는 뉴욕 전시회),서울컬렉션과 도쿄컬렉션까지 상반기 주요 일정이 벌써 다 찼을 정도니까요. 열심히 뛰어 올해 밀라노 '코르소코모',파리 '콜레트' 등 더 많은 해외 A급 매장에서 제 옷이 팔렸으면 좋겠어요. "
서울 동대문 3.3㎡짜리 매장에서 1만원짜리 티셔츠를 팔던 스물한살의 청년이 13년이 흐른 2011년 이 같은 새해 포부를 내놓았다. 주인공은 남성복 '제너럴 아이디어'의 최범석 디자이너(34).최씨는 정규 교육과정에서 의상 디자인을 공부한 적이 없다. 그저 옷이 좋아 17세 때 옷을 수집해 노점에서 내다 팔았다. 그는 대학 진학 대신 동대문에서 옷장사를 했다. 독학으로 자신이 입고 싶은 옷을 디자인해 팔면서 시장에서 명성을 쌓았다.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2003년 서울컬렉션을 통해 디자이너로 정식 데뷔했다. 이제는 국내 시장을 넘어 마크 제이콥스,캘빈 클라인,도나 카란,랄프 로렌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 함께 뉴욕컬렉션에 참가하는 국가대표급 디자이너로 떠올랐다.
5일 서울 압구정동에 있는 사무실에서 만난 최씨는 30여명의 팀원들과 올 가을 · 겨울 시즌을 겨냥해 선보일 컬렉션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그는 옷걸이에서 화사한 옐로빛 아웃도어 재킷을 꺼내 마네킹에 걸면서 내달 10일 뉴욕컬렉션에 내놓을 제품이라고 자랑했다.
최씨는 뉴욕컬렉션 무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작년 가을의 '2011 봄 · 여름 뉴욕패션위크'에서 주최 측이 선정한 '올해 주목해야 할 디자이너 3인'에 지목된 이후 처음 선보이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테마는 'M2'예요. 밀리터리(군대)와 마운틴(산) 등 두 가지 M을 의미하죠.보통 아시아계 디자이너들은 복잡하고 어려운 디자인으로 주목받지만 제 옷은 단순하고 쉽고 명료해요. "
복잡하지 않으면서 힘 있는 디자인으로 강한 인상을 남겨 전 세계 소비자를 파고들겠다는 전략이다. 실험성과 예술성을 강조하는 파리와 달리 실용성을 추구하는 뉴욕 무대에서 그가 주목받는 이유다. 80여개 주요 쇼가 열리는 뉴욕패션위크에 최씨는 한국 남성복 디자이너로는 유일하게 참가한다. 올 상반기엔 도쿄컬렉션 무대에도 주최 측 초청으로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최씨의 옷은 '스트리트 럭셔리 브랜드'로 통한다. 밀리터리 룩과 빈티지 스타일을 접목시킨 디자인과 입기 쉽고 편안한 옷으로 국내 20,30대 남성 패셔니스타 사이에서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제너럴 아이디어'는 국내 백화점과 직영매장은 물론 뉴욕 홍콩 싱가포르 등 각국 편집매장에서 팔리고 있다. 최씨의 '롤 모델'은 미국 디자이너 랄프 로렌.디자이너는 늙어도 브랜드는 나이 들지 않고 그 가치가 영원할 수 있도록 '최범석'이란 이름보다 '제너럴 아이디어'를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