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Mr. 관치'에 대한 시장의 우려

지난 3일 취임한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별명은 '미스터 관치'다. '관(官)은 다스리는(治) 곳'이라는 소신을 가진 그다. 숨기려고도 하지 않는다. 취임사에서 "금융위의 존재감만으로도 질서와 기강이 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대놓고 관의 역할을 강조한,결기 넘치는 그의 취임사에 금융위 직원들은 물론 금감원 사람들까지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위에서 역할을 확실히 해 준다면 금감원에도 바람막이가 된다"며 "이런 분을 모신다면 설령 업무량이 좀 더 늘어나더라도 훨씬 일하기가 편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강성 취임사를 두고 뒤늦게 "내가 시장의 기강을 세운다면 그것을 액면 그대로 들을 시장의 선수들이 있겠느냐"며 "취임사는 부하직원들용"이라고 해명했다지만,시장에선 생각이 다르다. 부하직원들을 위한 멘트라면 취임사를 빌리지 않아도 기회는 많다. "금융회사의 팔을 비틀어서라도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겠다는 취지 아니냐"(A은행 관계자)는 게 금융회사들의 솔직한 생각이다.

금융회사들은 '눈 밖에 났다간 큰일 난다'며 바짝 엎드리는 모양새다. 벌써부터 예금보험공사의 기금을 저축은행과 공동으로 사용하는 계정을 만드는 문제를 비롯해 현안에 대한 태도가 슬그머니 바뀌고 있다. B은행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등장에) 긴장된다"며 "당분간은 금융위의 정책 방향에 대해 애로사항 같은 것은 말하기도 어렵게 됐다"고 푸념했다.

국내 금융회사들은 아직 시장다운 시장을 경험해 볼 기회도 제대로 갖지 못했다. 그나마 돈의 힘으로 움직이는 증권시장과 달리 은행 · 저축은행 · 보험 등 금융업은 정부의 면허로 움직이는 규제산업이기 때문에 감독당국의 판단이 매우 중요하다. 그들의 사업 영역도,사업 방식도,사업 대상도 금융감독 당국의 의사에 따라 바뀔 수 있다.이런 상황에서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시장이) 말을 잘 듣지 않아서야 되겠느냐"고 공언한 '미스터 관치'에 대해 금융시장은 불안감이 섞인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C금융사 관계자는 "시장이 감독당국의 눈치만 살피고 알아서 기기를 바란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이상은 경제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