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사상최대 43조 투자] 삼성, 미래사업ㆍ대형 M&A에 13조 쏟아붓는다

이건희 회장 신년사 직후 두 달이나 앞당겨 발표
OLED·中 LCD 투자 확대 … 대졸채용도 1000명 늘려

삼성이 사상 최대 투자와 고용 창출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건희 회장이 지난 3일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이 10년 내 대부분 사라지고 그 자리에 새로운 것을 채우려면 기존의 틀을 깨는 혁신이 필요하다"며 위기와 혁신을 역설한 지 이틀 만이다. 투자와 고용 계획을 통상 3월께 발표해온 점을 감안하면 삼성의 의사결정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

"주주와 고객, 협력업체들과 더불어 성장하는 사회적 동반자가 돼야 할 것"이라는 이 회장의 새해 경영기조를 투자와 고용확대로 가시화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누구와도 손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이 회장은 외환위기 때에도 위기의식을 강조하며 대대적 투자를 진두 지휘했다. 새로운 10년을 여는 첫해에도 대규모 투자를 통해 글로벌 산업질서 격변에 주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방향은 다소 달라졌다는 게 삼성측 설명이다. "삼성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일이라면 누구와도 손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이 회장의 신년사를 주목해야 한다는 얘기다. 전략적 제휴와 대규모 기업 인수 · 합병(M&A)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올해 투자 계획에 담았다는 시각도 있다. 삼성은 미래전략실을 주축으로 전략적 글로벌 파트너를 물색하고 삼성전자 등은 신사업추진단을 통해 M&A를 적극 추진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투자 규모를 지난해 36조5000억원보다 18% 늘어난 43조1000억원으로 잡았다. 이중 삼성전자의 해외법인 증자와 삼성물산의 해외자원 확보 등을 위한 지분 투자용으로 1조1000억원을 쓰기로 했다. 연구 · 개발(R&D)엔 지난해(10조6000억원)보다 14% 늘어난 12조1000억원을 투입해 의료기기 태양광사업 등을 위한 원천기술 확보에도 힘을 쏟기로 했다.

◆올핸 'OLED사업,중국 LCD시장 집중'투자계획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분야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가 진행하는 이 사업에 삼성은 지난해의 5배 규모인 5조4000억원을 쓰기로 했다. 지난해 삼성은 AM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를 채용한 스마트폰이 급증하면서 물량부족에 시달렸다. 올해는 대규모 투자를 집행해 공급을 늘리고 제품을 다양화해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태블릿PC,TV용 제품 등으로까지 확대하겠다는 복안이다.
LED(발광다이오드)는 7000억원을,TV사업엔 지난해(1조2000억원)보다 감소한 8000억원을 투자한다.

지난해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등에 12조원을 투자했던 반도체는 올해 10조3000억원으로 줄였다. LCD는 지난해(4조원)보다 1조원 이상 늘어난 5조4000억원을 책정했다. 중국시장을 겨냥해 LCD 기지를 건설하는 비용이 포함돼 늘어났다. 중국 LCD 생산라인 건설은 이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직접 중국을 오가며 챙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신규고용 '2만5000명'사상 최대 투자는 고용으로 이어진다. 삼성이 올해 새롭게 채용할 2만5000명 가운데 1만1000명을 기능직군으로 떼놓은 것은 이와 같은 맥락이다. 기능직 인력은 지난해(1만명)보다 10%가량 늘어났다.

대졸 신입사원 선발인원도 전년(8000명)보다 1000명 늘어난 9000명으로 잡았다. 이들은 의료기기 사업은 물론 태양광 바이오 등 삼성이 신수종사업으로 결정한 분야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경력직 채용도 5000명에 이른다. 삼성은 이 밖에 대학생 인턴도 4000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