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옆에 관광호텔 허용'…건축법 개정안 논란
입력
수정
교육청 반대 불구 국토부 추진
법원도 "학교 옆 위락시설 안돼"
대한항공 '7성급' 특혜 시비
국토해양부가 입법예고 중인 '건축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학교 인근에 관광호텔을 지을 수 있도록 허용한 조항이 대상이다. 교육당국은 호텔 건립을 불허했는데 국토부가 관련 규제를 풀려고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 중부교육청은 송현동 경복궁 옆 덕성여중 · 고 풍문여고 근처에 대한항공이 추진 중인 7성급 호텔 건립 프로젝트에 대해 교육여건 저해를 이유로 작년 10월 불허를 결정했다.
◆국토부 "이중규제로 불필요"5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국토부는 작년 10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숙박시설 확충 종합대책의 하나로 제시한 건축법 개정안 의견을 수용했다. 위락시설이나 숙박시설 건축을 허가할때 허가권자가 주거 · 교육환경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하면 건축을 허가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건축법 11조 4항 규정에서 관광호텔을 제외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학교보건법의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금지시설에 호텔 여관 여인숙 등이 규정돼 있어 건축법 관련 조항은 이중규제 성격이 강하다고 판단했다"며 개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관광진흥법에 따른 관광호텔은 3~4성급 이상 호텔이어서 여관 여인숙과 달리 교육환경을 저해하는 시설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문화부 의견을 반영한 건축법 개정안을 오는 10일까지 입법예고하고 의견수렴을 거쳐 국회에 상정한다는 방침이다.
◆위락 · 사행시설 집중 우려국토부의 이 같은 설명에 대해 송현동과 북촌마을 주민,덕성여중 · 고,풍문여고 관계자들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반발했다. 권대성 북촌문화마을가꾸기회 회장은 "관광호텔과 러브호텔이 무엇이 다르겠냐"며 "위락시설 사행시설이 안 들어갈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 회장은 "고급 관광호텔은 학교 옆에 지어도 되고 여관 여인숙은 지을 수 없다면 형평성 차원에서도 말이 안 된다"며 "대한항공의 7성급 호텔과 무관하지 않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운 개정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촌문화마을가꾸기회와 우리문화재바르게지킴이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4일 이 같은 주장을 담은 반대의견서를 국토부에 보냈다.
호텔 추진 부지에서 학교 정문까지 거리가 51m인 덕성여중의 관계자는 "호텔 부지가 우리 학교 담과 바로 붙어 중간에 나무를 심어도 호텔 부지가 들여다보인다"며 "교육적 측면에서 호텔 건립 규제를 완화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중부교육청 관계자는 "호텔 건립을 허용하는 건축법 개정안은 이를 규제하는 학교보건법 취지와 상충돼 국민 혼란을 줄 수 있다"며 "가장 큰 피해를 볼 학부모와 학교 측이 국토부에 추가로 반대의견을 내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전했다. ◆법원,교육청 손 들어줘
호텔 건립 반대의견은 행정소송에서도 받아들여졌다. 대한항공은 중부교육청의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 심의에서 '호텔 건립 불가'가 결정되자 작년 10월 처분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은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제한받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도 부지를 매입했다"며 "학생들의 건전한 육성환경 보호와 학교 교육의 능률 도모라는 공익보다 원고의 재산상 불이익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국토부의 건축법 개정안이 입법예고된 대로 발의돼 국회를 통과하면 학교보건법에만 규제 장치가 남아 학교 인근 호텔 건립 신청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권 회장은 "이중규제라 하더라도 교육환경을 더욱 잘 보존하자는 측면에서 건축법 관련 규정은 필요하다"며 법개정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대한항공은 옛 주한 미대사관 직원숙소 부지 13만7000여㎡에 지하 4층,지상 4층 규모의 7성급 고급 한옥호텔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