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그레이트 오션워크] 거친 파도ㆍ절벽 벗삼아, 야생의 속살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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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트 오션 로드따라 104㎞, 관목숲 사이로 해안길 산책꼬박 닷새를 잡아야 한다. 좀 여유를 부리면 이레도 모자란다. 104㎞,그것도 삐뚤빼뚤 해안길이니 그럴 만하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갈길이 멀다거나 거칠어서가 아니다. 어쩔 수 없는 눈과 발의 부조화 탓이다. 강렬한 태양과 남극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발걸음은 절로 느려진다. 진초록 관목숲과 절벽 아래 부서지는 거친 파도는 마음까지 붙잡고 놔주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 걷는다는 사실이 즐거운 길,그레이트 오션 워크(Great Ocean Walk) 얘기다.
12사도상 풍광 느긋하게 관람…돌고래 등 야생동물과 만남도
◆죽기 전에 걸어야 하는 길그레이트 오션 워크는 호주 빅토리아주 남동부의 해안 트레일(편안한 걷기 코스)이다. 200㎞가 넘게 뻗은 해안도로인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속살 탐험 코스다. 기존 해안 산책로 등을 이어 2006년 초 전 구간을 열었다. 아폴로 베이에서 12사도상까지 104㎞.자동차를 타고 가면 놓치기 십상인 자연풍광을 낱낱이 즐길 수 있어 인기다. 중간 중간 만나는 호주의 야생 동식물은 훌륭한 보너스다.
전 구간을 다 걷는 데에는 닷새나 이레가 걸리지만 원하는 구간만 떼어 탐험하기 좋게 돼 있다.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좋아하는 구간은 마지막 12사도상 트레일이다. 프린스타운에서 시작해 글랜앰플에서 끝나는 5.5㎞ 트레일로 편도 2시간반이 걸린다. 짧기는 하지만 다른 어느 코스보다 다채로운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다.
키 큰 나무들이 들어선 우림 지역인가 싶으면 어느새 키 작은 관목숲이 허리 아래로 빽빽하다. 관목숲 사이로 난 좁은 길을 따라가면 깎아지른 듯한 절벽 아래로 시원한 바다가 펼쳐진다. 시선을 멀리 두고 걷는다면 관목숲 가운데에서 호기심 어린 눈매로 주변을 경계하는 캥거루도 볼 수 있다. 12사도상 앞바다에서는 돌고래 떼도 관찰된다. 그렇게 걷다 보면 파도가 부서져 생긴 물안개에 휩싸인 12사도상과 마주한다. 12사도상은 그레이트 오션 워크의 얼굴 격이다. 거대한 석회암 기둥이 해안 가까이 줄지어 있다. 예수의 12제자가 도열한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큰것은 70m 높이에 둘레가 65m나 된다. 바다에서 융기한 해안절벽이 파도에 침식돼 무너져 내리면서 단단한 부분만 남아 생겼다고 한다. 해안절벽은 지금도 1년에 10㎝ 이상 깎인다. 바위기둥 역시 밑동이 파도에 침식돼 8개만 남았다.
난파선 해변 트레일도 괜찮다. 수많은 이민선이 이 일대 바다에 가라앉았다. 해안선은 울퉁불퉁하고 파도는 거칠다. 난파선 해변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360여개의 계단을 내려가면 고운 모래의 해변에 닿는다. 해변 끝 모래톱에 반쯤 묻혀 있는 녹슨 닻이 보인다. 하나는 1869년에 난파한 마리 가브리엘호의 닻이고 다른 하나는 1897년에 난파한 피지호의 것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의 목숨과 꿈을 한순간에 빼앗아간 바다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고요하고 평화롭기만 하다.
◆아기자기한 자연체험 명소그레이트 오션 워크 여행의 출발점은 멜버른이다. 호주 제2의 도시로 주변에 체험명소가 많다. 발라라트의 소버린힐이 유명하다. 용인 민속촌처럼 19세기 중반 골드러시 때의 금광과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금광에서 사용했던 엘리베이터를 타고 갱도로 내려가 금 채굴 체험을 하도록 해놓았다. 사금 채취 체험이 하이라이트.좁은 물길 바닥의 모래를 대야에 퍼넣고 물을 더해 흔들면 사금조각이 남기도 한다. 채취한 사금은 물을 담은 주사약병에 넣어준다. 소버린힐 안에서 숙박할 수도 있다. 제일 높은 곳에 고풍스러운 장식의 숙소를 준비해 놓았다.
발라라트 야생동물공원이 깔끔하다. 소버린힐에서 5분 거리에 있는 개인동물공원이다. 동물을 만지고 먹이도 주며 가까이 할 수 있도록 운영한다. 여러 종류의 캥거루와 왈라비 웜배트 코알라 뱀 등 없는 게 없다.
필립아일랜드를 빼놓을 수 없다. 멜버른에서 남동쪽으로 1시간반 거리에 있는 생태관광지다. 다 커도 30㎝밖에 안 될 정도로 작은 펭귄이 저녁에 둥지를 찾아 돌아오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제 둥지를 향해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에 웃음이 터진다. 와이너리 여행도 근사하다. 세계적인 와인 산지로 이름난 야라밸리가 가깝다. 스파클링 와인으로 유명한 마케돈,부티크 와이너리와 골프 코스가 있는 모닝턴 반도에서도 와인여행을 즐길 수 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 여행팁
멜버른은 호주 남동부 빅토리아주의 주도다. 시드니에 이어 호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다. 계절은 한국과 정반대다. 겨울철에 여행하기 좋다. 서머타임을 실시해 한국보다 두 시간 빠르다. 전기 콘센트가 달라 어댑터를 가져가야 한다. 통화 단위는 호주달러.현금 매입 기준 1호주달러에 1100원 안팎.매주 월ㆍ수ㆍ금요일 멜버른 직항편이 있다. 11시간 걸린다. 보스피트(www.bothfeet.com.au),오스트레일리안 워킹 투어스(www.australianwalkingtours.com.au) 등 전문 업체를 이용하면 그레이트 오션 워크 트레킹을 편하게 즐길 수 있다. 2박3일 단기 프로그램에 1인당 895호주달러.멜버른 왕복 셔틀,가이드,그레이트 오션 로드 2박,입장료,식사가 포함돼 있다.
멜버른에서 렌터카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자유여행을 즐길 수 있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 주변에 호텔ㆍ모텔ㆍ로지 등 다양한 숙소가 있다. 숙소에 따라 워킹 코스까지 차량을 제공하기도 한다. 호주 빅토리아주관광청 (02)757-4138,www.visitmelbourn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