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니냐의 저주…호주 홍수로 석탄값 33% 오를 듯

브라질ㆍ콜롬비아는 가뭄
커피값 6개월새 77% 치솟아
"순진무구한 소녀가 전 세계 원자재 시장에 저주를 내리고 있다. "(빌 패저트 미국 항공우주국 해양기상연구관)

글로벌 원자재 시장이 '라니냐' 공포에 휩싸였다. 태평양 적도 부근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낮아지는 라니냐 탓에 기상이변이 속출,밀 옥수수 등 식량 가격은 물론 철광석 석탄 고무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이상 폭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라니냐 강도가 1970년대 초반 이후 최고조에 이를 것이란 관측까지 제기되면서 식량 가격이 전체 물가의 동반 폭등을 초래하는 2008년의 '애그플레이션(agflation)'도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호주 기상청은 6일 보고서를 통해 "올해 발생할 라니냐는 40여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며 "최소한 3개월은 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심각한 홍수 피해를 겪고 있는 호주다. 밀 원당(설탕원료) 생산이 급감하고 원료용 점결탄(hard coking coal) 수출도 차질을 빚고 있다. 이로 인해 점결탄 가격이 올해 33% 폭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원료용 점결탄은 제철용으로 많이 쓰인다. 반면 긴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브라질과 콜롬비아에서는 커피 원두 생산이 올해 20~30%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아라비카 커피 원두 가격은 지난 6개월간 77% 치솟았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콩,옥수수 생산에도 비상이 걸렸다. 아르헨티나 농업장관은 올해 옥수수 생산량이 미국 농무성 예상량보다 20% 줄어든 2130만t에 머물 것으로 예측했다. 이 지역 콩과 옥수수는 전 세계 전체 수출량에서 각각 45%, 26%를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라니냐의 강도를 나타내는 '남방진동지수(Southern Oscillation Index)'가 올 들어 197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당시 심각한 가뭄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식량위기가 초래됐기 때문이다. 2008년 전 세계를 강타했던 애그플레이션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밀 옥수수 원당 등 주요 식품 가격 추이를 나타내는 세계 식품가격지수는 지난달 214.7을 기록했다. 종전 최고치인 2008년 6월의 213.5를 넘어선 것이다. FAO 관계자는 "식량 가격 폭등 문제는 올해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신흥국은 물론 유럽 지역에서도 정치 경제적으로 후폭풍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 라니냐

La Nina.스페인어로 여자아이란 뜻.동태평양 적도 부근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낮은 상태가 5개월 이상 지속되는 이상 해류 현상이다. 라니냐 발생 지역에서 차가워진 공기가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동부에는 태풍과 폭우를,중남미 서부 해안에는 한파와 가뭄을 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