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복지부의 의료법 이중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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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재산으로 주식을 조금 산 게 무슨 문제입니까. "
손건익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6일 의료법인인 을지병원이 보도전문채널 사업자로 선정된 연합뉴스TV에 30억원(지분율 4.959%)을 투자한 데 대한 적법성 논란과 관련,이렇게 말했다. 그는 또 "비영리법인인 대학도 다들 다른 회사 주식을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데 병원이라고 안될 이유가 뭐냐"고 되물었다. 손 실장의 발언은 자칫 "의료법인이 주식투자를 통해 어느 업종에 진출해도 상관없다"는 얘기로 의료계에 전달될지 걱정된다. 을지병원이 5%에 가까운 연합뉴스TV 지분을 갖는다면 단순히 투자목적으로 주식을 산 게 아니라 주요 주주로서 특정 사업을 영위하는 것과 다를 게 없는데도 말이다.
의료법은 의료법인이 의료업무 외에 할 수 있는 부대사업을 △노인의료복지시설 △장례식장 △부설 주차장 △휴게음식점 등 의료기관 종사자나 방문객의 편의를 위한 일부 사업으로 한정하고 있다. 또 의료법인은 '공중위생에 이바지해야 하며 영리를 추구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깐깐한 의료법 조항 때문에 의료법인들은 헬스클럽,찜질방 등을 열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법 조항과 실제 의료시장 상황이 이런데도 의료법을 집행하는 고위 당국자가 의료법인의 주식투자가 의료업을 유지하는 데 필수인 '기본재산'이 아니라면 문제삼을 게 없다고 이중잣대를 들이댄 것이다. 의료법인 재산은 기본재산과 보통재산으로 나뉘는데 기본재산은 병원 건물이나 의료장비 등으로,이를 처분할 경우 법인설립을 허가해 준 시 · 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반면 의료업을 통해 번 돈인 '보통재산'은 처분 등에 대한 제약이 없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돈에 꼬리표가 달리지 않은 이상 이런 식의 해명은 궁색하기 짝이 없다.
비영리법인이 영리법인과 다른 것은 투자해서 번 돈을 주주들이 나눠갖지 않고 법인에 유보하는 것이다. 규모있는 의료법인이 의료산업 발전을 위해 관련 비즈니스에 투자하는 길을 여는 건 바람직할 수 있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법 개정이 이뤄진 다음에야 가능한 일이다.
정종호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rumba@hankyung.com
손건익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6일 의료법인인 을지병원이 보도전문채널 사업자로 선정된 연합뉴스TV에 30억원(지분율 4.959%)을 투자한 데 대한 적법성 논란과 관련,이렇게 말했다. 그는 또 "비영리법인인 대학도 다들 다른 회사 주식을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데 병원이라고 안될 이유가 뭐냐"고 되물었다. 손 실장의 발언은 자칫 "의료법인이 주식투자를 통해 어느 업종에 진출해도 상관없다"는 얘기로 의료계에 전달될지 걱정된다. 을지병원이 5%에 가까운 연합뉴스TV 지분을 갖는다면 단순히 투자목적으로 주식을 산 게 아니라 주요 주주로서 특정 사업을 영위하는 것과 다를 게 없는데도 말이다.
의료법은 의료법인이 의료업무 외에 할 수 있는 부대사업을 △노인의료복지시설 △장례식장 △부설 주차장 △휴게음식점 등 의료기관 종사자나 방문객의 편의를 위한 일부 사업으로 한정하고 있다. 또 의료법인은 '공중위생에 이바지해야 하며 영리를 추구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깐깐한 의료법 조항 때문에 의료법인들은 헬스클럽,찜질방 등을 열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법 조항과 실제 의료시장 상황이 이런데도 의료법을 집행하는 고위 당국자가 의료법인의 주식투자가 의료업을 유지하는 데 필수인 '기본재산'이 아니라면 문제삼을 게 없다고 이중잣대를 들이댄 것이다. 의료법인 재산은 기본재산과 보통재산으로 나뉘는데 기본재산은 병원 건물이나 의료장비 등으로,이를 처분할 경우 법인설립을 허가해 준 시 · 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반면 의료업을 통해 번 돈인 '보통재산'은 처분 등에 대한 제약이 없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돈에 꼬리표가 달리지 않은 이상 이런 식의 해명은 궁색하기 짝이 없다.
비영리법인이 영리법인과 다른 것은 투자해서 번 돈을 주주들이 나눠갖지 않고 법인에 유보하는 것이다. 규모있는 의료법인이 의료산업 발전을 위해 관련 비즈니스에 투자하는 길을 여는 건 바람직할 수 있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법 개정이 이뤄진 다음에야 가능한 일이다.
정종호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