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리더에게 듣는다] "글로벌 인플레 변수 … 상승과정 순탄치 않을 것"

● 송기석 메릴린치 한국리서치 헤드

원화 강세 땐 외국인 매수 지속, 코스피 2400까지 오를 수도
대형주 주도 … IT·금융주 유망
"코스피지수는 올해 2400~2500선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와 달리 상승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물가압력이 커지면서 긴축 이슈 등이 변동성 확대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

송기석 BOA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 전무(42 · 사진)는 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한 투자자들에게 올해는 한층 더 대응하기 힘든 장이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내다봤다. 2008년 이후 3년째 한국 리서치헤드를 맡고 있는 송 전무는 "한국 기업들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이익 안정성이 뛰어나다는 점을 입증했고 경기사이클에 따라 움직인다는 투자자들의 선입견을 벗어나기 시작했다"며 "올해 MSCI 한국지수에 편입된 주요 기업들의 순익이 10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점이 증시 강세를 뒷받침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양적완화 정책이 지속되면서 상대적으로 기대수익률이 높은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유입도 계속될 것이란 설명이다.

송 전무는 하지만 "중국 긴축이나 유럽 신용불안 등 유동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들이 불거질 때마다 출렁임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조정을 받을 경우 20~30포인트 하락에 그쳤던 지금까지와 달리 변동폭이 커질 것이란 지적이다. 그는 넘치는 유동성이 원자재 가격을 밀어올려 생겨나는 물가 상승 압력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송 전무는 "경험상 물가는 완만하기보다는 단기간 급격한 속도로 오르는 경향이 있다"며 "물가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상승한다면 중국이 긴축을 강화하면서 경기도 '하드 랜딩'(급격한 둔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도 시중에 유동성이 과하게 풀린 상황이어서 수요 증가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판단이다. 송 전무는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정책당국이 원화가치 절상(환율 하락)을 용인하는 한편 예상보다 빨리 금리를 올릴 수 있다"며 "기업과 가계의 부채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 인상을 감내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메릴린치는 올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25%로 0.7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원 · 달러 환율이 하락하고 이자비용이 늘어나는 환경에서 버틸 수 있는 힘은 중소형주보다 대형주들이 더 강하다는 점에서 올해도 대형주 독주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주도 업종은 지난해 강세였던 자동차 화학 등에 더해 이익이 개선되고 있는 정보기술(IT) 금융 등 상대적으로 다양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원화 강세가 지속되는 한 외국인들의 한국 주식에 대한 관심은 유지될 것이란 분석이다. 송 전무는 "주가 상승에 따른 수익은 한국뿐 아니라 다른 증시에서도 얻을 수 있지만 환(換)에서 높은 추가수익을 올릴 곳은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경기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고 판단해 양적완화 정책을 중단하더라도 밸류에이션(기업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낮고 이익 안정성이 높은 한국 주식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