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10년 'E10 리포트'] (7) 7개국과 접한 유럽의 생산기지…폴란드 '경제 우등생' 급부상

(7) 동ㆍ서유럽 잇는 요충지-폴란드
세계 21위 경제강국
GDP 4300억弗…동구권 선두, 동유럽 최대 인구…내수 탄탄

유럽시장 공략 교두보
외국기업 투자로 고속 성장, 獨ㆍ佛과 3국협의체 운영

매력적인 경협 파트너
인건비 독일의 5분의 1 불과, 경제ㆍ정서적으로 우리와 닮아
"폴란드는 동유럽이 아닌 중부유럽 국가입니다. 글자 그대로 유럽의 중심국입니다. "(폴란드 BGK은행 크쉬슈토프 클루자 이사) "헝가리나 체코와 비슷하게들 보는데,완전히 '급'이 다릅니다. 폴란드는 동유럽의 골목대장 격입니다. "(박기창 주폴란드대사관 참사관)

폴란드인이든 한국 주재원이든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은 누구 할 것 없이 '오해하는 부분이 많다'며 '폴란드 바로보기'를 주문한다. 실제로 폴란드는 동구권 최대 경제국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 1996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 1999년) 유럽연합(EU · 2004년)에 차례로 가입하며 외국인 투자유치를 바탕으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유로권 '경제우등생'으로 부상

폴란드는 레흐 바웬사,자유노조(솔리대리티),'동유럽 혁명' 등으로 기억돼 왔다. 모두 냉전시대의 회색톤이다. 옛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 정책을 계기로 동유럽 혁명이 일어났고,이는 베를린장벽 붕괴로 귀결됐다. 이 와중에 폴란드 자유노조 지도자 바웬사는 1989년 동구권에서 처음으로 비(非)공산당 정부를 세웠다. 이후 동독 헝가리 체코 루마니아의 공산정권이 차례로 무너졌다. '바르샤바 조약기구'라는 이름의 동구권 정치 · 안보 결사체도 폴란드를 멀리 느끼게 한 요인일 것이다. 공산권의 전초기지였던 것이다.

그랬던 폴란드가 달라졌다. 강봉석 한국수출입은행 폴란드사무소장은 "우리가 뉴스를 쫓아가지 못하는 사이에 폴란드는 체제 전환과 급진적 경제개혁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국내총생산(GDP)이 4300억달러로 동구권 선두이고,세계 21위의 경제강국"이라는 설명이다. 3800여만명인 인구 역시 동유럽 최대로 만만찮은 내수시장을 갖췄다. 1990년대 성장률은 연평균 6%로 유럽에서 최고다. 2000년대에도 연 4%대의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재정위기가 유로권을 강타한 지난해 역시 3.5% 이상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 경제의 우등생이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9년엔 1.7%로 OECD 30여개 회원국중에서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했다.

폴란드 경제는 2004년 EU 가입으로 날개를 달았다. 2007~2013년에 총 673억유로의 'EU펀드' 자금을 지원받은 게 큰 힘이 됐다. 이 돈은 인프라 구축과 산업 고도화에 쓰이고 있다. 7개국과 국경을 맞대는 등 동 · 서 유럽을 잇는 지정학적 이점으로 성장잠재력에서도 높이 평가받는다.

◆동 · 서 유럽 잇는 요충지,젊은 폴란드"생산라인 직원들도 절반 이상이 대졸이더군요. " 최경식 삼성전자 폴란드법인장은 질 높은 노동력에서 폴란드의 저력을 찾았다. 매년 40여만명의 대학생이 졸업하고,EU 대학생의 11%가 폴란드 출신일 정도로 교육열이 높다. 이태식 KOTRA 바르샤바센터장은 "퀴리 부인의 후예답게 수학적 재능과 논리력이 우수해 조금만 가르치면 금방 적응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인건비는 싸다. EU 통계기관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폴란드 인건비(2008년 기준)는 시간당 7.89유로로 스위스 덴마크 벨기에 독일 등 선진국의 20~30% 수준이다. 35세 이하가 2000만명에 이를 정도로 젊은 나라인 것도 장점이다.

폴란드는 헝가리 체코 등과 한묶음으로 거론될 때가 많지만,전반적인 위상은 훨씬 높다. GDP가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 3개국을 합친 것보다 많다. EU 내 의결권 분포에서도 폴란드의 힘이 드러난다.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가 29표씩으로 가장 많지만,폴란드가 27표로 뒤를 잇고 있다. 스페인과 같은 표다. 행보도 동 · 서 유럽을 아우른다. 독일 프랑스와 함께 '바이마르 3국 협의체'를 운영 중이며,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등과 '비세그라드그룹'으로 결속하고 있다.

천년을 반목해온 러시아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지난달 폴란드를 전격 방문해 과거 역사에 유감을 표하고 협력을 모색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박기창 주폴란드대사관 참사관은 "폴란드처럼 대등한 입장에서 대화할 수 있는 EU 국가는 많지 않다"며 "한국과 경제적 정서적으로 비슷해 전략적으로 협력해야 할 파트너"라고 말했다.

바르샤뱌(폴란드)=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