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분산 투자는 이렇게"…장형진 코리아써키트 회장 '대박'

직장인 허모씨(37)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허씨는 직장 근처로 이사하기 위해 서울 관악구에 보유하고 있던 집을 전세 놓고 집 크기를 줄여 경기도 용인에 전세를 얻기로 했다. 허씨는 차액 5000만원이 생겼지만 투자할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은행에 넣어두자니 금리가 너무 낮고 주식에 투자하자니 최고가를 경신한 주가가 부담스러워서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올해 주식시장 전망이 밝다고 하면서도 주가 수준이 높은 만큼 일시에 목돈을 투자하는 거치식 투자 보다는 여러번에 나눠서 투자하는 분산 투자를 권하고 있다.그렇다면 분산투자는 어떤식으로 해야하는 것일까. 장형진 영풍 대표이사 회장이 분산 투자의 대표격인 '적립식 투자'로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어 관심이다.

영풍의 자회사인 코리아써키트의 회장직도 겸하고 있는 장 회장은 코리아써키트 주가가 하락할 시기에도 주식을 꾸준하게 매수하며 평균매수 단가를 낮췄다. 주가 하락기에 사들인 코리아써키트의 주가가 오르면서 수익률이 커졌다. 적립식 투자시 투자 종목의 주가가 상승ㆍ하락ㆍ상승의 형태로 움직여야 수익률이 가장 높게 나타나는 데 장 회장은 투자 회사인 코리아써키트의 실적 호전에 대한 믿음과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이런 패턴을 유지, 수익률을 극대화했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장 회장은 2006년 7월 처음으로 코리아써키트 주식 매입에 나섰다. 이후 2006년 10월까지 코리아써키트 주식 22만1140주를 샀다.장 회장이 경영권 때문에 코리아써키트 주식을 사들일 만한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영풍이 코리아써키트 지분 26.93%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코리아써키트 주가가 4000원을 넘어서며 한 동안 뜸했던 장 회장의 주식 매입은 2년이 지난 2008년 7월 재개됐다. 장 회장은 2008년 7월부터 9월까지 또다시 주식 매입에 나서 보유주식을 44만2810주로 늘렸다. 장 회장의 코리아써키트 주식 매입은 집요할 정도로 이어졌다. 그는 적게는 하루에 10주, 많게는 수만주까지 주식을 꾸준하게 사모았다.

장 회장은 이후 금융위기에 코리아써키트 주가가 급락하자 한동안 주식 매입을 자제했다. 그는 코리아써키트 주가가 어느 정도 바닥을 다진 2009년 2월말부터 3월초까지 이 회사 주식 3만4640주를 주당 2000원 내외에서 추가 매수했다. 같은 해 8월에는 시간외매매를 통해 9만2450주를 매수했고 보유주식수는 56만9900주로 늘었다. 장 회장은 지난해에도 코리아써키트 주식을 2000~3000원대에 추가로 매수해 보유주식을 79만2690주(4.23%)로 확대했다.장 회장이 4년동안 코리아써키트 주식 매입에 투입한 금액은 27억3700만원. 지난 7일 종가기준으로 장 회장의 보유 평가액은 63억4900만원으로, 평가차익만 36억1200만원에 달한다. 장 회장이 최초 투자한 이후 4년반 가량 지난 현재 투자수익률은 132.0%를 기록하고 있다.

향후 코리아써키트의 주가 전망도 밝은 편이다. 한화증권은 PCB(인쇄회로기판) 제조업체인 코리아써키트가 태블릿PC와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함에 따라 시장 성장에 따른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오주식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코리아써키트는 갤럭시S와 갤럭시탭, 애플의 아이패드에 적용되는 PCB 제품을 공급키로 했다"며 "갤럭시S에 공급하는 빌드업 PCB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코리아써키트의 PCB가 본격적으로 채용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애플의 아이패드 와 삼성전자의 갤럭시탭에 제품을 공급, 태블릿PC 시장 성장의 수혜 또한 직접적으로 입을 것으로 기대했다.코리아써키트 주가는 지난해 10월 중순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주가는 여전히 저평가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리아써키트의 시가총액은 1500억원으로, 보유하고 있는 인터플렉스(29.4%) 지분가치 1200억원을 소폭 웃도는 수준이다. 오 애널리스트는 "코리아써키트는 인터플 렉스, 테라닉스(50.1%) 등 우량한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며 "올해 지분법 이익은 190억원을 웃돌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