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설상가상 AI 확산, 구제역 사태 재판 안되게 해야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확산,살처분된 가축 수가 134만마리에 육박하는 등 축산농가가 초토화되고 있는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조류 인플루엔자(AI)까지 급속히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어 전국에 또다시 비상이 걸렸다. 국내 축산산업의 뿌리마저 흔들리는 상황이고 보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AI는 지난해 말 전북 익산과 충남 천안에서 첫 확인된 이후 지난 주말부터 전남지역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경기 안성에서도 AI가 발생해 수도권 역시 안심 못하는 실정이다. 조기에 차단하지 못할 경우 구제역 사태의 재판이 되면서 관련 축산업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위기의식도 높아지고 있다. AI는 닭 오리 칠면조 등의 조류에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특히 겨울철에 유행한다. 이번 바이러스는 치사율이 높은 고위험성이어서 감염된 가금류는 알까지 포함해 즉각 살처분할 수밖에 없다. 방역망이 뚫릴 경우 막대한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 2008년 4월에 발생했던 AI가 50여일 동안 전국을 휩쓸어 축산농가는 물론 일반 치킨판매상점까지 거의 문을 닫다시피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구제역에 걸려 살처분된 소 · 돼지가 이미 전체 사육가축의 10%를 넘는 실정이고 보면 AI 차단에 축산농가의 존폐가 걸려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다음달 초 설날 연휴가 시작되면 사람과 차량이 대거 이동하게 된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와 방역당국이 초동단계인 지금부터 차단하지 않으면 전국으로 퍼져 나갈 가능성이 더 커지게 된다는 얘기다. 이 경우 자칫 국민들의 먹거리 불안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고 보면 엄청난 파장이 초래될 것은 불보듯 뻔하다.

정부와 방역당국은 지방자치단체와 긴밀하게 연대해 AI의 확산을 막을 특단의 방역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사료 및 분뇨수송차량과 방문객의 통행을 보다 엄격히 통제하고 철새 도래지 등에 대한 항공 방제도 늘릴 필요가 있다. 초기 방역망이 뚫려 구제역이 지금처럼 전국으로 확산됐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AI 방역마저 실패해서는 결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