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삼성차 부채에 대한 위약금 6000억원 지급하라

[한경속보]삼성자동차 부채 처리를 놓고 삼성그룹과 채권단이 벌여온 10년간의 줄다리기가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6부(부장판사 이종석)는 11일 삼성자동차 채권단이 삼성그룹 계열사 28곳을 상대로 낸 약정금 등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삼성 계열사들은 채권단에 위약금 6000억원과 그에 대한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이 판결이 확정되면 서울보증보험 등 14개 금융회사로 구성된 채권단은 공동계좌에 보관된 삼성생명 주식 상장차익 8776억여원 중 6200여억원(현재기준·이자포함)을 가져갈 수 있게 된다.재판부는 “삼성측이 제때 주식을 처분하지 못해 의무를 다하지 않았으므로 합의서상의 위약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다만 법원은 채권단이 주장한 2조원대의 위약금을 6000억원으로 감액하며 “합의서에는 원금의 19%를 위약금으로 지급하라고 한 조항이 있지만,삼성생명의 상장이 늦어진 데에는 채권단이 삼성측에 주식 처분을 전적으로 의존한 탓도 있다”고 설명했다.법원은 이어 “삼성은 법적으로는 삼성차의 채무를 부담할 의무가 없음에도 도의적으로 이를 부담했다”며 “채권단은 삼성생명 상장대금 2조4500억원을 현금으로 지급받았기 때문에 출자전환,후순위채권 등으로 손해를 보전받을 것에 비해 큰 이익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삼성은 1995년 자동차 사업에 진출했지만 경영 악화로 결국 1999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같은해 이건희 회장은 채권단 손실 보전을 위해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내놓으면서 이 주식이 손실액에 미달하면 삼성 계열사가 보전키로 채권단과 합의했다.그러나 삼성생명 주식의 상장이 지연되고 주식매각도 진전이 없자 채권단은 이건희 회장과 28개 삼성그룹 계열사를 상대로 부채 2조4500억원과 연체이자,위약금 등을 포함해 5조2000억여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2008년 1월 “삼성생명 주식을 처분해 원금을 지급하고 위약금 7646억원을 함께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으나,채권단과 삼성 측은 위약금 부분에 불복해 각각 항소했다.한편 지난해 5월 삼성생명이 공모가 11만원(액면분할 후)에 상장되면서 채권단은 원금을 모두 회수하고 상장차익 8776억을 남겼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