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 심포지엄'] 달에 물이 많다는데…우주 생성ㆍ핵융합 비밀 풀릴까

표토층 5.6%가 얼음 상태의 물
달탐사, 국가 과학발전 이끌어
항우연 장기 프로젝트 구상 중
과학자들은 왜 달 등 지구 외 행성 탐사에 나설까. 첨단 기술이 집약된 우주로켓 및 위성체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우주의 생성 비밀, 타 생명체 확인 등 여러 과학적 의문을 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일본 등 세계 각국은 다양한 달탐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미국은 화성 유인탐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이 분야에 뒤떨어져 있는 우리나라도 달탐사를 장기 과제로 검토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최근 대전 본원에서 '제1회 달탐사 심포지엄'을 갖고 달탐사의 과학적 의미와 장기 로드맵에 관해 논의했다.

◆달에는 물이 '아주 많다'이번 심포지엄에서는 달에 물이 '아주 많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2009년 10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아틀라스 5호에 실어 발사한 LRO(달 궤도 탐사선)/LCROSS(달 크레이터 관측위성)를 통해 달 남극 지역 카베우스 크레이터 근처 표면온도를 1년간 분석한 결과 달 표면의 물 증발 속도가 1억년당 1㎏/㎡ 수준이라는 것이다. 김경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인류가 현재 알고 있는 것보다 달에 물이 영구적으로,엄청나게 쌓여 있다는 증거"라며 "유인 탐사기지 건설에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NASA는 달 크레이터 관측위성 LCROSS에 붙어 있는 액체연료 엔진통 '센토(Centaur)'를 시속 9000㎞로 달에 투하,카베우스에 충돌시킨 후 튀어오르는 달의 파편을 1년간 분석했다. 그 결과 표토층의 5.6%가 얼음 상태의 물이며 충돌 반경 10㎞ 내에 올림픽경기용 수영장 1500개를 채울 38억ℓ의 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수소 마그네슘 등 다양한 성분이 존재하는 것을 찾아냈다. 이런 연구 성과는 작년 말 사이언스지에 실렸다.

항우연은 더미 위성을 탑재할 나로호 3차 발사가 성공하고 이어 한국형 발사체(KSLV-2) 개발이 순조롭게 이뤄진다는 전제 아래 달탐사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다. KSLV-2 의 로켓 추진체인 1단(75t급 액체추진체) 4개, 2단(75t급 액체추진체) 1개와 3단(5t급 액체추진체)에 고체 킥모터를 하나 더 얹으면 달 궤도를 도는 탐사선을 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률 항우연 위성연구본부장은 "우주항공기술 저변 확대 차원에서 장기 로드맵을 세우고 있다"며 "다만 투자 대비 효용과 기술 적합성이 검증되지 않는다면 중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주 및 태양계 형성 비밀 · 산업발전 견인

달 궤도 및 근방에서는 지구에서는 할 수 없는 다양한 실험이 가능하다. 선종호 경희대 우주과학과 교수는 "달탐사는 과학적 이론을 검증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이며 몇 년 내 부가가치를 창출하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 한 국가의 과학적 토양을 완전히 바꿔 놓는 중요한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먼저 대기가 없어 풍화작용이 없기 때문에 수십억년 전 지각활동이나 분화구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어 지구 형성 과정에 대한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 또 대기에 의한 빛의 산란 및 열 교란, 저주파수 교란 등이 없어 '태초의 빛'이라는 우주배경복사를 잘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우주배경복사는 공간의 모든 방향에서 같은 강도로 들어오는 전파로 빅뱅 이론의 근거로 여겨진다.

달탐사는 거대과학뿐 아니라 산업발전을 촉발하기도 한다. '클린룸' 반도체 공정이나 물리학에서 흔한 개념인 '플라즈마' 등도 사실 우주탐사의 결과물이다. 천체물리학 분야에서는 지구 자기권의 영상을 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 플라즈마

기체를 초고온으로 가열하면 양전하와 음전하가 분리돼 전체적으로 중성을 띠는 상태.고체 액체 기체에 이어 제4의 물질로 불리며,우주공간 물질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 우주배경복사

공간의 모든 방향에서 같은 강도로 들어오는 전파로 온도가 2.7K(절대온도)로 균일함.140억년 전 빅뱅(우주 대폭발) 이후 우주가 천천히 식어 당시 빛이 우주공간을 균일하게 가득 메우고 있다는 것으로,빅뱅 이론의 근거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