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예보 공동계정 설치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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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자 보호 제도 근간 흔들려" … 현행 대출방식 저축銀 지원촉구은행장들이 예금보호기금 안에 각 업권 모두의 공동계정을 설치하고 이를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활용하겠다는 정부의 방안에 반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은행연합회는 현행대로 은행 등 각 업권 계정에서 저축은행 계정으로 대출하는 것과 비슷한 제3의 방안을 정부가 마련해 달라고 촉구하기로 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은행장들이 지난 10일 열린 은행연합회 이사회에서 예금보험기금 내 공동계정 설치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며 "국회에서 내놓은 안이나 금융위원회의 수정안 모두 예금자보호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게 은행장들의 입장"이라고 11일 밝혔다. 이사철 한나라당 의원 등은 지난해 11월 은행 등 금융회사의 기존 예금보험료 적립액과 앞으로 낼 보험료의 절반을 공동계정으로 옮기자는 예금자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금융권의 반발이 거세지자 금융위는 최근 기존 적립액은 그대로 두고 앞으로 낼 보험료만 공동계정으로 이전하도록 하는 수정안을 제시했었다.
은행장들은 부실 저축은행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금융권 전체가 공동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다. 저축은행 부실이 전체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예보에 공동계정을 만들기보다는 현행대로 다른 업권 계정의 자금을 저축은행 계정에 대출해 준 뒤 나중에 상환받는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예보기금은 은행 등의 이익에서 납입하는 게 아니라 예금과 보험료 등에서 일정 부분을 떼어내 조성한 것"이라며 "예보기금 공동계정을 만들려면 예금주나 보험 가입자의 의사를 물어봐야 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예금보험기금의 저축은행 계정 적자는 2조9000억원이며 다른 업권계정에서 무이자 대출로 빌려쓰고 있다. 은행장들은 저축은행들의 예금보험료를 인상하는 등 방식으로 저축은행 계정을 충당한 다음,대출금액을 상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예금보험료율은 업종별로 은행 0.08%,보험 · 증권 0.15%,저축은행 0.35%다. 정부는 예금보호법 시행령을 개정해 저축은행의 예금보험료율을 오는 7월부터 0.4%로 올릴 계획이다.
정부는 공동계정 설치를 위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다음 달 국회를 통과하면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공동계정기금을 투입할 계획이었으나 은행권 등의 반발로 부담을 안게 됐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