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경영 업그레이드'] 북 스마트와 스트리트 스마트

"사람마다 배우는 방법이 다르다. 세상에는 읽는 자(reader)도 있고 듣는 자(listener)도 있다. 양쪽을 겸한 사람은 거의 없다. 기록해두며 배우는 사람이 있고 스스로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 배우는 사람도 있다. 쓰면서 배우는 사람, 실제로 행하면서 배우는 사람도 있다. "(피터 드러커)

연초는 많은 사람이 자기계발을 다짐하는 시기다. "올해는 꼭 기초 중국어를 마스터해야지"하는 식으로 결심하고 비장한 각오를 책상 앞에 붙여두기도 한다. 관련 책들이 제일 잘 팔리는 시기도 이때다. 그런데 이왕 스스로의 경쟁력을 높이려고 한다면 자기 스타일에 맞게 해야 한다. 드러커 말대로 자신이 성과를 내는 방식이 개인마다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읽으면서 배우는 사람이라면 굳이 학원에 갈 필요가 없고,행하면서 배우는 사람이라면 일을 열심히 하는 것 자체가 자기계발인 것이다.

서구에서도 개인이 갖고 있는 경쟁력의 원천을 나눠보길 좋아하는데 대표적인 분류가 바로 '북 스마트(book smart)'와 '스트리트 스마트(street smart)'다. '북 스마트'는 글자 그대로 책을 통해 많이 배운 사람이다. 학벌 좋고 시험 성적 뛰어나고 독서량이 많은 사람이 이에 속한다. 여기에 비해 '스트리트 스마트'는 길에서 배운 사람이라는 뜻이다. 해당 분야에서 산전수전을 겪으며 노하우를 몸으로 축적한 인재로 굳이 번역하자면 '생활의 달인'쯤 되는 개념이다.

우리 문화에서는 이제까지 '북 스마트'만을 인재로 삼아왔다. 소위 SKY대 출신을 선호했고 외국 유학파라면 몇 점을 더 주는 경향이 여전히 있다. 학벌 차별을 하지 않는다지만 실제로 지방대생들은 사실상의 불이익을 걱정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최근에는 개선되는 움직임도 있지만 우리 사회는 '똑똑하고 공부 잘하는' 인재를 제일로 치는 '북 스마트' 존중 일변도다. 실용을 중시하는 서구에서는 '스트리트 스마트'에 힘을 더 실어주는 경향이 있다. 기술자나 기능인에 대해 존중해 주고 학벌에 대해서도 큰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가 분명히 있다. 이 추세는 시장과 고객을 더욱 잘 알아야 하는 기업 중심 시대가 활짝 피면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북 스마트'와 '스트리트 스마트'는 사실 두부 자르듯 나눌 수 없는 개념이다. 아주 쉬운 일이 아니라면 대부분 책에서 배운 지식을 기반으로 하되 자신의 노하우와 경험을 덧붙여 처리하는 게 일반적이다. 학교에서 잘 배워도 새로운 직무교육이 필요하고,회사에서 일하다가 새로운 이론을 배우기도 해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TV의 경우 '북 스마트'와 '스트리트 스마트'들이 출연해 맞붙는 퀴즈프로그램까지 나왔을 정도다.

이 둘을 결합한 '이상적인' 인재상이 바로 하버드대 연구로 유명한 '딥 스마트(deep smart)'다. 놀라운 경쟁력을 갖춘 '초절정 내공 고수'로 번역하면 되겠다. 연구에 따르면 '딥 스마트'는 오랜 경험을 통한 깊은 성찰,그리고 좋은 스승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함께 있을 때 창조될 수 있다. '북 스마트'와 '스트리트 스마트'의 장점을 모두 갖추려고 노력할 때 얻을 수 있는 경지라고 할까. 자기계발 계획을 세웠으면 계획적으로 하라.우선 자신이 어떤 스타일로 배우는지,그래서 무엇을 어떻게 보완해야 할지를 알고 시작해야 한다. 이왕이면 목표도 거창해야 한다. 글로벌 경영자가 될 수 있는 '딥 스마트'를 지향하는 정도는 돼야 할 것이다. 작심 3일이면 어떠랴.

권영설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